어딜 간다는 걸까?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아니면 말도 말고 조용히 다녀오든지.
“뭐 좀 사가지고 올게요.”하니.
채신없이 시어미로 며느리에게,
“뭘 사러 가는데?”라고 되묻기도 그렇다.
며느리가 돌아오는 사이에 이 별난 시어미는 알량한 머리를 굴리며 만리장성을 쌓는다.
손녀 딸아이의 용품이라면 말을 못할 것도 없는데.
남편의 것을 사러 가는 걸까?
제 속옷이라도 사러가는 걸까?
화장품은 인터넷에서 구입을 하는 것 같은데….
아냐.
말을 못하는 걸 보면 필경 제 것만 사기 거북한 것을 사는 모양이지.
역시 들어오는 며느리의 손엔 속이 두둑한 가방이 들려있다. 저 가방 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오만 잡다한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이건 나만의 못 된 기호다. 어찌 시어미가 며느리의 하는 일을 모두 알고자 하는가. 시어미가 몰라야 하는 일도 있고 시어미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일도 있게 마련이지. 암. 그렇지.
그러게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거짓을 고할 량이면 차라리 완벽하게 했어야 했다는 말씀이야. 예를 들자면 친정의 부모님 산소에 다녀온다더니, 어째서 돌아온 그녀들에게서 강원도 냄새가 진동을 했느냐는 말이지. 강원도로 휴가를 떠난다 했어도 말리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이야.
“그랬니?”라던가,
“그러지 마라!”고 나무라지는 않았지만 이 시어미 못 된 성미가 용케 참았다는 거 알아?
알아야 하지. 그렇잖음 앞으로 자꾸만 미덥지 않을 터이니까. 요번엔 네가 잘 못한 거야. 넌 날 완벽하게 속일 수는 없어. 시어미가 영악해서라고? 그게 아니구~. 네 속임수가 몹시 서툴더라는 말씀이야. 그걸 보고 ‘눈 가리고 아웅한다’라는 거야. 알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