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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누구 걱정하는 겨.


BY 만석 2010-12-11

 

누구 걱정하는 겨 


  아들이 퇴근 해 와서 옷을 갈아입고는, 급한 듯 안방으로 다시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하는 인사는 이미 들었는데 무슨 일인고.

  할 말이 있음이 분명하니, 아들을 올려다보며 입 열기를 기다린다.


  “엄마. 재석이네 엄마가 방에서 엉덩방아를 찧어서 골반에 금이 갔다네요. 그래서 꼼짝도 못하신대요.”
  “저런. 늙은이 뼈는 잘 아물지도 않는데……. 한참 고생하겠구나. 방에서 왜?”

  “바지 갈아입다가 한 쪽 발이 바지가랑이에 끼어서 넘어지셨대요.”

  늙은이 그러기 십상이다.


  “엄마. 엄마는 절대로 서서 바지 입지 마세요. 넘어지면 큰 고생하셔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녀석이 어미를 많이 생각하네 싶어서 내심 흐뭇했지. 그러나 뒤이어,

  “재석이 마누라가 요새 죽을 지경이래요. 고생 많이 하는가 봐요.”

  그렇겠지. 시어미 거동이 불편하면 그 며느리 고달플 건 불 보듯 뻔하지.


  그런데 내 아들은 시방 만약의 경우 누워서 고생할 제 어미를 걱정하는 겨, 수발드느라고 고생할 제 댁을 걱정하는 겨? 어~이 아들. 일 절만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구먼. 속이 쪼까 보이는 거 같은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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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낸시 2010-12-11
    ㅎㅎㅎ, 둘 다 걱정이 되었을 겁니다.ㅎㅎㅎ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일절이 더 중요하구요.
  • 만석 2010-12-11
    날개님.
    내 아들도 머리 아프겠어요 ㅎ~.
    어미를 걱정했을 거라고 자위합니다.
    감사합니다^^
  • 날개. 2010-12-11
    ㅎㅎㅎㅎㅎ~~~어느 쪽을 걱정했을까요~~~?
    분명 양쪽 다 걱정이 될 거예요.
  • 만석 2010-12-11
    낸시님.
    그럴 것도 같고 저럴 것도 같고 ㅎ~.
    다 걱정이겠지요?^^
    감사합니다^^
  • 만석 2010-12-13
    백향목님.
    무딘 아들이 아니랍니다.
    그랬겠지요.
    그랬을 거예요 ㅎ~.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백향목 2010-12-13
    ㅎ ㅎ~
    원래 말이란게 조금 길어지고 나면 조심스런 의구심을 유발시킬 경망한 꼬리를 남기게 되더라구요 아마 아드님도 친구부인의 이야기까지 넘어가려는 찰나에 마음 한켠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기운이 섬광같이 흘렀을듯한 예감이..... ㅎ ㅎ ㅎ
  • 만석 2010-12-21
    기분 좋은 쪽으로 생각합니다.
    어미는 책임감으로 걱정하고
    제 댁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걱정이겠고 ㅎ~.
    댓글 감사합니다^^
  • 헬레네 2010-12-17
    하하하..... 웃습니다 .
    둘다 걱정해서 한말인줄 알면서도
    기분 묘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