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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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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칭찬에 춤을 추는 고래


BY 만석 2010-02-17

 

칭찬에 춤을 추는 고래


  오늘 며느님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인다. 힘이 드나? 힘이 들겠지. 시어미가 어디 보통 까탈(?)스러운가. 내 못 된 성미를 어찌 그리 잘 아느냐고? 다 아는 수가 있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지. 본인(本人)이란 말씀이야. 어렸을 때에는 늦둥이로서의 특권(特權)으로. 자랄 때에는 공부를 좀 잘 한다는 우세(優勢)(ㅋㅋ. 자화자찬(自畵自讚)이로구먼.)로. 그리고 결혼 뒤에는 맏며느리라는 특성(特性)이 나를 도도(滔滔)하게 만들었고 그게 그만 까탈스럽게 발전(發展)을 했을 게야.


  어느 날.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내가 뭘 실수를 했나 보다. 잽싸게 며느님이 말했지.

  “아~싸! 어머님도 실수를 하셨단 말씀이야.”

  재미있어 죽겠다는 투로 어깨춤을 추면서, 아들 앞에서 그녀답지 않게 너스레를 떨더군. 그러니까 그 말에는, ‘나보고만 잔소리하더니, 어머님도 별 수 없네.’하는 의미리라. 그랬나? 내가 그리 잔소리를 많이 했어? 그래? 암튼 그녀의 말로 미루어, 이 시어미가 그리 수월하지 않다는 뜻이렸다.


  또 어느 날인가는 내 이웃의 한 아낙이 말했겠다?!

  “너무 완벽(完璧)하게 살려고 하면 힘이 들어. 웬만큼만 하고 살아.”라고. 완벽주의자(完壁主義)?. 내 아들이 그러하니 아마 제 어미를 닮았지 않았을까. 허긴. 나도 아들도 물건이 제자리에서 이탈(離脫)을 하거나, 언발런스(unbalance)하게 놓여 진 꼴을 그냥은 두고 보지를 못하는 성미(性味)이긴 하지. 


  ‘작가글방’에 가끔 댓글을 주시는 어느 님도 말하더군.

  “글을 읽는 동안 만석님의 현명하고 꼼꼼하고 깐깐한 성격이 보이는 듯…….”

  옳거니. 그 님이야 말로 참 꼼꼼하고 깐깐하게 나를 분석했구먼. 현명한 눈을 가진 님이란 말씀이야 하하하. 그렇지. 난 사실 그 님의 말에 반기(反旗)를 들 생각이 없다고. 나도 날 잘 아니까.


  그러니 내 며느님이 이 시어미 모시기가 쉽겠는가. 내 딴에는 그리 말자하고, 스스로 망가지는 연습도 해 보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지. 그러니 어쩌겠어. 차차는 몰라도 오늘 내일로 변화(變化)될 조짐은 없는 걸. 되지도 못한 생김새에 돼먹지 못한 성미의 시어미라……. 건 내가 생각해도 큰 문제(問題)로구먼. 어쩐다? 하루 이틀에 달라질 일이 아니라면, 전라도 사투리로 말해서, ‘어째야 쓸꼬.’


  옳거니. 방법은 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어. 찾으면 다 가능한 일이기 마련이지. ‘나’라는 물건(?)의 변화가 어려우면 며느님의 마음을 변하게 해? 것도 좋은 방법이네. 내 마음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주재(主材)에 타인(他人)의 마음을 변화시켜? 시방 며느님을 얕잡아 본 겨? 그건 아니지. 내 며느님도 만만치 않은 고집쟁인 걸.


  칭찬(稱讚)을 하는 거야.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 이게 변화가 아닌가. 그래. 맞다. 칭찬을 하자. 그러고 보면 내 며느님이 칭찬 받을 일을 종종 하지 않던가 베. 으~ㅁ. 좋았어. 당장 실행해 보는 겨. 의도적(意圖的)이든 아니든 칭찬을 받는다는 건 기분이 좋은 거 아녀? 더군다나 내 며느님은 발랑 까지지도 않았고, 막 돼먹은 쌍 것들하고는 차원(次元)이 다르질 않은가 말이지.


  마침 내 며느님이 아침 청소를 한다고 아기를 안고 내 방엘 들어선다. 이럴 땐 빤히 눈을 마주치며 말하면 역효과(逆效果)지. 아기를 받아들고 들여다보며 말한다.

  “잘 키웠다. 겨울아기를 감기 한 번 들게 하지 않고, 배앓이 한 번 하지 않게 잘 길렀다. 겨울아기들은 감기도 잘 들고 배앓이도 잘 하거던.”

  이건 사실이다. 내 며느님은 아기에게 지극정성(至極精誠)이다. 어느 어미가 그렇지 않겠냐만, 내 며느리는 특별(特別)하다.  


  꽤 약발이 받는 것 같으니 한 마디 더 해 주자.

  “이젠 한 달 지났으니 아기한테 예쁜 옷을 입혀라. 바지도 입히고.”

  며느리는 벌써부터 예쁜 옷을 입히고 싶어 하는 걸, 내가 속싸게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예~. 히히.”한다. 참 좋은가 보다. 뭣이 좋았을꼬. 아기를 잘 길렀다는 얘기? 아기에게 예쁜 옷을 입혀도 좋다는 엄명? 이도 저도 기분이 좋을 일이지.


  좀 지나고 며느님이 내 아들과 통화를 한다.

  “오빠~. 나 어머니한테 칭찬 들었어.”

  무슨 칭찬이냐고 묻는 모양이다.

  “있잖아~. 어머니께서 나보고 보림이 잘 기른다고. 감기도 배앓이도 한 번 안 하게 잘 기른다고. 호호호.”

  아마 내 아들도 저쪽에서 껄껄 웃는 모양이다. 춤추는 고래의 등에 새우는 온전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