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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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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애를 선다네


BY 만석 2009-10-22

 

애를 선다네 


  남편의 퇴근길.

  현관을 들어서는 그이의 손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은 채다. 그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영감도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냐고 되묻는 표정이다.

  “옥수수."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환히 웃는다. 그리곤 그만이다. 잊었나 보다.


  다음날 남편의 퇴근.

  빤하게 바라보는 내 얼굴에서 ‘옥수수’를 읽었나 보다. 씽끗 웃는다. 그리곤 그만이다.

  “옥수수 먹을라다 목 빠지겠네.”

  오늘도 옥수수 먹는 일은 글렀나 보다. 또 잊었을까.


  또 그 다음 날.

  아마 내 삐죽한 입이 더 돋보였는가.

  “그넘에 옥수수. 없더라구.”

  정말일까? 또 잊은 건 아니고? 늦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다음 날 며느리가 아들에게 전화를 거는 모양이다.

  “오빠. 어머니 잡수시게 옥수수 좀 사와.”

  “아니야. 아버지가 사 오시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먹고 싶어서가 아냐.”했지만, 사실은 옥수수가 많이 먹고 싶다. 수술 전에 남들이 먹는 옥수수가 그리도 먹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올해도 옥수수를 먹지 못했다.


  저녁에 아들이 옥수수를 든 봉투를 무겁게 내려놓는다.

  “아이구. 서너 자루만 사오지.”

  “비싼 것도 아닌데 진작에 사오라고 문자라도 보내시지.”

  그러게 말이다. 왜 그이만 볶았을까. 남편이 더 편한 상대인가 보다.

  

  그 저녁에 남편도 무거운 비닐봉지를 든 채다. 허나 오늘은 반갑지도 않다.

  “애를 스나? 무슨 옥수수 타령은…….”

  “애 서는 입만 입이여요? 그 옥수수 참 먹기 힘드네. 쯔쯔쯔.”

  에구~. 애서는 며느리가 뒤에 섰지 않았더라면 한 소리 더 했겠다. 오늘은 옥수수가 풍년이다.


  거실에서 며느리가 낮은 소리로 속삭인다.

  “오빠. 어머니 귀엽지?”

  남편도 들은 모양이다.

  “거 봐. 며느리가 흉본다.”

  히히히. 그래도 그이는 싫지 않은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