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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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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보림이바라기


BY 만석 2016-03-29

영감은 보림이바라기

 

금요일이면 나는 무턱대고 바쁘다. 다른 날보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걸레를 잡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걸레질하는 데에 게을러 있다. 영감이 매일 돌려주는 청소기를 믿고 걸레질에 소원해졌다. 뼈지게 누군가 어질러놓는 이도 없을뿐더러, 마음먹고 환기를 하는 날이 아니면 먼지가 어디로 들어오겠느냐는 나만의 합리화다. 그렇다고 영감도 걸레질까지는 하지않고, ‘대충 하고 살자.’고 한다.

 

그러나 보림이의 왕림(枉臨)이 있을 토요일은 문제가 다르다. 깔끔을 떠는 며느님이 어지간해야지. 아이가 가지고 놀던 공이 굴러서 구석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숨바꼭질을 하다가도 어미의 걱정도 모르는 체 구석으로 파고들기가 예사다. 그래서 할미는 의도치도 않게 구석구석을 털어내고 문지르고 해야 한다는 말씀이야. 이젠 키가 제법 커서 곧 높은 곳까지를 제 놀이의 영역이 되고 보니 내 청소 범위도 따라서 넓을 수밖에.

 

청소뿐이라면 좋지. 혹시 할미 냄새가 난다 할라 싶어서, 샤워를 하고 아끼는 향수도 뿌려본다. 아이들은 이불 위에서 딩구는 걸 좋아한다. 혹여 낮잠이라도 들라 싶어서 베게머리 밑에도 살짝 향수를 뿌린다. ~. 이만하면 됐나 싶어서 영감을 살피니, 영감도 어느 새에 머리를 감고 빗질을 한다. 토요일의 보림이 마중을 위해서, 금요일이면 때 빼고 광내기를 하는 건 영감과 나만의 무언의 약속이다.

 

어쩌다 아들이나 며느님이 다른 약속으로 오지 못하는 날이면,

보림이 안 온데?”

보림이 정말 안 온데?” 영감은 시간 시간 확인을 한다. 마누라의 도끼눈을 의식하고는,

아니. 온다는 전화가 혹시 다시 왔나 하고.”

영감은 그만 시무룩해서 베란다에 나가 앉는다. 영감은 확실히 보림이바라기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집이 팔리면 나는 이곳을 뜰 심산이다. 이건 영감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계획이다. 그러나 영감은 보림이 때문에 여길 뜨고 싶지 않을 게 뻔하다. 나도 이 일에만은 영감을 이겨먹지 못할 것 같다. 보림이 네를 꿰차고 같이 움직여? 아비가 직장이 멀어서 고생을 하면서도, 우리 때문에 이곳을 뜨지 못한다 하니 그럴까? 정말 그래 볼까? 아들은 몰라도 며느님은 싫을 걸?! 영감은 며느님의 심정을 알기나 할라나?

 

보림아~!

네 엄마 맘이 워떨까나? 할미 따라 나설까나?

 

              영감은 보림이바라기              영감은 보림이바라기

       누가 말려~.                             보림이가 하라는대로.                                                      

       마냥 행복한 영감  ㅎㅎㅎ.          영감은 머지않아 춤도 추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