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미보다 나은 며느님
“마늘 사놨다 갖다가 손질해서 나도 좀 주고.”라고 문자를 보낸다.
“네. 어머님. 저녁 먹고 내려갈게요.”라고 곧 전화가 온다.
“아니. 추운데 오빠를 보내라. 마늘자루가 제법 크다.”
내 딸아이에게,
“시어른께서 문자 보내면 문자로 답하지 말고 전화를 드리거라.”한 말을, 며느님이 귀담아 들어 둔 모양이다.
가게를 열어놨더니 것도 일이라고 손이 가지 않는 곳이 많이 생긴다. 시방은, 냉동실에 갈아놓은 며느님의 마늘 한 판을 꾸어다 먹고 갚는 중이다. 허긴. 꾸어다 먹은 마늘도 내가 사다 나누어 준 것이지만. 가을에 마늘을 잔뜩 사다 걸었다가 속을 비운 쪽이 많아졌기에, 작년엔 아예 사다 쟁기지를 않았던 게 탈이다. 아무튼 시간이 있는 쪽은 며느님이니 ‘안 한다.’, ‘못 한다.’할 수는 없겠지.
아들이 들어선다.
“이렇게 많이…. 에미가 그래요. ‘오늘까지 멸치 갖고 씨름했는데, 낼부터는 마늘 갖고 씨름하게 생겼네.’그래요. ㅎㅎㅎㅎ.” 싫다 소리 하지않는 제 댁이 이쁘다는 말이겠다. 녀석.
“세 집이 나누면 많지도 않아. 고모도 찧어준 마늘 다 먹고 사다먹는다더라.”
“에구. 걔네 것까지 하라구 그러면 에미가 참 좋아하겠네요.”
‘집에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좀 해주면 좋지. 보림이 선물 사다주는 값이 얼마야.’목을 비집고 올라오는 소리를 목젖으로 눌러 앉힌다.
“걍 두 집이 나눠요. 걔네는 엄마 것 나눠주세요. 나중에 모자라면 차라리 엄마가 우리 것을 갖다 잡수세요.”
“….”
아무 말도 없이 아들의 눈을 들여다본다. 말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다.
‘마누라가 그렇게 무서워? 내가 말하마.’ 또 목젖으로 누르며 꼴깍 침을 삼킨다.
딸은 맞벌이를 하느라 언제나 바쁘지 않은가. 제게 딸린 자식이 없어서 조카를 얼마나 예뻐하느냐는 말이지. 더욱이 내겐 그녀가 보림이라 했거늘. 나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일이잖은가.
“엄마. 이거 토마토랑 멸치 손질한 거 에미가 갖다드리라구….”라며 내 안색을 살핀다.
구태여 에미가 보냈다 하지 않아도 모를 리 없거늘….
‘지가 시켜도 좋으련만…. 마다할 에미가 아닌데.
이래저래 마음이 뒤틀린다. 고약한 시에미의 심사인가 싶어 나를 달랜다.
‘그래. 아들의 생각도 나쁘진 않아.’
‘아니. 아들이 현명한 게야.’
며느님이 보냈다는 토마토와, 손질한 다시용 멸치를 들고 이층으로 오르며 전화를 한다.
“웬 토마토를…. 보림이나 두고 주지. 멸치를 손질까지 했네. 고맙다. 잘 먹을게.”
“네 어머니. 호호호”
밝게 울려오는 며느님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다.
“그래. 사네 안 사네 하는 것보다 훨~ 좋다.”
듣는 이도 없는데 모자라는 이 시에미는, 좋아진 기분으로 계단을 오르며 읊는다.
“영감~. 내 아들은 당신보다 백 배는 나아여~.”하다가,
“아녀~. 내 며느님의 남편 다루는 재주가 이 ‘곰탱이시에미’보다 나은 겨~ ㅋㅋㅋ.”
제 댁이 혼자 주방에서 일하는 게 안쓰러운 내 아들.
오~냐. 변함없이 지금처럼만 살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