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요~ 내 잘난 맛에 사는기라요
상을 차려놓고 영감과 아니, 엄니 아들과 내 두 아들을 불러 앉혔다. 우와~. 거실이 가득하다. 일본에 체류하는 아들이 일주일간의 출장 끝에 휴가를 더해 못처럼 집에서 닷새를 쉰단다.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고, 특별히 우리 부부만을 위한 이벤트라 하니 그 아니 좋은가.
날이 너무 덥기도 하고 출근하는 친구와 시간을 맞추느라고 낮에는 집에서 쉬고, 녀석은 늦은 저녁에야 집을 나선다. 늘상이 그랬다며 아침밥은 거르고 저녁은 친구와 같이 한다 하니, 집에서 먹는 건 점심 한 끼니다. 다행히 오늘은 토요일이라 영감과 큰아들이 대적을 한다.
엄마가 해 주던 오징어김치찌게가 먹고 싶다하니 까~잇 거. 그러지, 뭐. 어려울 것 있나. 특별할 것도 없이, 묵은 김치에 콩나물을 더해서 물오징어를 더한 찌개다. 더 좋은 것도 많이 먹고 살련마는 어미의 손맛이 그리웠던 게다. 흐흐흐. 이 에미가 듣기에 썩 좋~다.
모양을 낸 전골냄비를 그대로 올렸더니 한상이 푸짐하다. 두 아들은 시기를 하듯 연거푸 숟가락이 냄비를 향한다. 먹지 않아도 나는 배가 부르다. 이제껏의 찌는 더위에도 묶어만 놓았던 에어컨도 씽씽 돌렸으니 더위도 잊고 말이지.
젓가락 끝으로 맘에 드는 것만을 쏙쏙 빼 먹는 엄니의 아들이 늘 못마땅하던 나다.
‘여기에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살피며 코를 홍홍거리고,
‘저기에는 무엇이 들었는가.’싶어 눈을 굴리며 탐색을 하는 영감.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지만.)
그러나 오징어찌게에서 오징어냄새가 나는 건 정(定)한 이치(理致)고, 오징어찌게에 오징어가 들은 건 ‘당연지 사(當然之事)’다. 밥그릇만 비워도 황송하던 영감과 달리, 더 청해서 전골냄비를 비우는 두 아들에,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을 한다. “밥을 탐스럽게 먹어야 잘사는 겨~.”
장대같은 두 아들을 앉혀놓고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듯. 세상에 아무 것도 부러운 것이 없지만, 딱 하나 나도 부러운 것이 있다. 큰아들에게 아들이 없다는 것. 그 손자 효도를 보자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잘 해줄 여력도 없다. 그래도 손주 앞세우고 걷는 노년이 부러운 걸 어쩌누.
“다섯 따님 중에 아들을 하나만 더 두시지.”...애교랍시고 외아드님 두신 엄니에게 생전에 드린 말이다.
“나는 두 아들을 두었으니 엄니보다 낫소.”...제사 상 앞에서 가슴으로 한 말이다.
“아들 하나도 없는 내 며느님보다 나는 아주 큰 부자라여~.” 늘 이렇게 자위(自慰)한다.
보림아~!
네 증조모가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고,
“그려~. 너 잘났다.”하셨겄제?
내 속을 알아보셨응께 암말 안 하실 양반은 아니쟎여~ ㅋㅋㅋ.
근디, 아들 없는 님들이 할미 글을 읽구 욕할라나? 걍 남의 집 가정사로만 이해하라 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