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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왜?(2부 제3회) 마음이 읽히는 선물


BY 만석 2014-02-10

마음이 읽히는 선물

 

엊그제 남편의 생일로 며느님이 힘이 들었으니, 뒤이어 오는 내 생일은 나가서 먹자 했다. 새 사위가 올 것이니 그냥 지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녜요 어머니. 아버지 때랑 똑같이 해야지요.”하는 며느님의 말속에 묘한 뼈가 박혀 있다. 전에도 몇 차례 느껴왔지만, ‘남녀평등을 담은 뉘앙스가 찐하게 풍긴다.

 

어머니 이거 선물이예요. 죄송해요 좋은 거 못 샀어요.”

생일 날 아침상을 챙기다 말고 며느님이 반듯한 박스 하나를 내밀며 말한다.

. 너는 이렇게 생일상을 차려주면 됐지, 뭐 선물까지.” 시어미의 손은 어느새 선물꾸러미를 덥썩 받았으니, 아마 입은 귀에 걸렸으렸다?!

 

지금 풀어봐도 되니?”

어린 손녀딸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선물꾸러미를 벗긴다. 화장품이다. 스킨, 로션, 그리고 아이크림이 세트로 누워있다. 그녀는 어느새 내 화장대를 점검했던 모양이다.

이제 곧 바닥이 나려는 참인데 용케도 알았네?! 고맙다. 잘 쓸게.”

 

그런데 화장품이 드러누운 위로 이불을 덮듯 각각에 노란 메모지가 덮혀 있다. 들여다보니 빼곡하게 글씨가 담겨 있다.

스킨”- 1~2회정도 펌핑하여 손바닥에 덜어낸 뒤 피부를 지그시 눌러주며 흡수시킨다.

로션”- 스킨 사용 후 2~3회 펌핑하여 얼굴 안쪽에서 바깥 방향으로 발라준다.

아이크림”- 로션 사용 후 약지를 이용하여 소량씩 눈가 및 입가에 바른 뒤 두드려 흡수.

 

~. 나는 시방 선물에 감탄하는 게 아니다. 시어미의 시원찮은 시력을 염려하여 큰 글씨로 사용법을 옮겨 적은 것에 감격을 하는 것이다. 그녀 특유의 자세로, 긴 허리를 구부린 채 무릎을 접고 앉아 메모지에 코를 박고 글을 옮겼을 것이다. 글씨가 자꾸만 작아져서 썼다가 버리고 적다가 구기고 또.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습관을 잘 안다. 개미같이 가는 허리에 앙상한 무릎을 접고 앉는 버릇. 그리고 깨알같이 작은 글씨에 나는 이미 익숙해 있다.

 

되지 못하게 국문과 출신이라는 소리는 들었을 것이고, 그 시어미에게 책잡힐라 띄어쓰기며 받침을 아마 아들에게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띄어쓰기가 좀 틀리면 어떻고 받침이 좀 낯이 설면 또 어떠랴. 며느님은 내가 모르는 유아교육에 대해서는 박사가 아니더냐. 선물이 고마운 게 아니라 시어미 배려하는 마음이 이쁘고, 니뿌고, 그리고 예쁘다. 뒤이어 막내딸 부부가 짊어지고 들어온 새 컴퓨터에 마음이 상하지나 않았을까 걱정이다.

 

보림아~!

고모네가 사 들고온 할미 생일 선물 컴퓨터 말이여~.

난 그보다 네 엄마가 사다준 화장품이 더 따시고 좋아라아~ 거기 네 엄마 맘이 보이쟎여~.

메모지 덮은 화장품을 아까워서 워찌 떼어내고 쓸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