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33회
엄니의 아드님과 내 아들
엄니의 아드님이 아들에게 말한다.
"내 밥 더 먹어라. 난, 저녁이 별로야."
내 아들이 엄니의 아드님 주발에서 밥을 덜어 간다. 제 할머니를 힐끗 돌아보며 나직하게 내게 말한다.
"할머니 눈길이 안 좋으신데……."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시방 엄니의 표정을 훔쳐보는 중이었으니까. 그래도 내 아들 뱃장이나 되니까 엄니 아드님의 주발을 범한다. 우리 식구들은 누구도 감히 엄니 앞에서 엄니 아드님의 것을 탐하지 못한다. 후한이 두려워서 말이다.
거실에 앉았던 엄니가 편치 않은 모습으로 쌩 일어나신다. 설거지를 하는 며느리를 부르신다.
"야~!"
옳거니. 그냥 지나가면 내 엄니가 아니시지.
"애비 밥 적겄다. 여기 빵 갖다 줘라."
"엄니요. 애비가 원제 빵을 먹읍뎌?"
"그래두 워쩌냐. 밥이 적었는디..."
거실의 엄니 아드님과 내 아들이 걱정스럽게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왜? 엄마."
"아빠 빵 갖다 드리란다."
"아까 할머니 눈길이 그러시더라니……."
내 아들이 키득키득 웃는다. 엄니의 아드님도 '엄니가 참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찬다.
그래도 빵은 갖고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오늘 밤 엄니가 편히 잠을 청하실 것이니 말이다. 엄니의 아들이 소리를 지른다.
"그걸 왜 갖구나와~! 난 안 먹어."
"나도 안 먹겠다 싶지만 그래두 갖구 나와야 하네요."
내 아들이 다시 키득키득 웃다가 제 방으로 들어가며 혼자 말을 한다.
"괜히 더 먹었지……. 소화가 잘 될라나 몰라."
"갸도 빵 좀 줘라."
손주도 좀 주라는 소릴 하신다. 내 고약한 장난기가 발동을 한다.
"엄니. 이거 애비랑 나눠 먹으라지요, 뭐."
썰어놓은 빵 조각을 가리킨다. 누웠던 엄니가 공중잽이로 일어나신다.
"왜 그랴? 그건 손대지 말고, 이거 갖다 줘."
애비 몫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씀. 히히히. 엄니요. 장난이요, 장난. 빵을 들어다 냉장고에 넣고 주방의 불을 끈다. 엄니도 이 밤 안녕히 주무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