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무이가 한달정도 우리집에서 머물다 가셨다.
일년에 한번씩 오시는 연례행사다.
친정어무이는 우리집에 오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신다.
텃밭, 화단, 나즈막한 뒷산, 맑은공기, 전망이 좋은 테라스도 좋아하신다.
제일 좋아하시는 것은 나즈막한 산에 가셔서 나물을 꺽어 말리는 일이다.
친정어무이는 소시적 얘기를 하면서 힘든줄모르고 뒷산에 올라 나물을 꺽어오신다.
우리집 주변환경을 아주 좋아라 하면서 이렇게 사는 딸내외 보며 본인이 더 행복해 하신다.
내가 사위 흉이라도 보면 맞장구를 치다가도
"비단공단도 숭이 있단다" 라는 마무리멘트를 날려 내입을 막아버린다.
우리 친정어무이 어찌나 궁금한 것이 많은지 질문이 넘친다.
어찌나 안 자시는 것도 많은지,,,,,,, 이건이래서 맛이없고, 저건저래서 먹기싫고.......
하루종일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온갖 참견과 멈추지 않는 잔소리와 질문들,,,,,,,,
귀찮고 성가시다.
그래도 난 내색않고 일일이 다 답변을 한다.
남편왈: 당신처럼 하는 딸, 몇 안될꺼야 ...한다.
뭘....대답하면서 속으로 그럴거라 건방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나는 반성모드로 들어간다.
칠십대 중반의 노인에게 기대했던 모든 것들이 말 같지도 않아 부끄럽다.
선명한 기억. 쿨한 생각, 정확한 어휘력, 똑 떨어지는 행동, 분명한 자기표현 이것이 웬말이든가.!...
빈방을 보면서 엄마를 향해 귀찮고 성가시다느꼈던 감정들이 너무나 후회스럽다.
몇 년 뒤에는 엄마가 저 빈방을 다시금 자리잡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쿵 하고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듯하다.
엄마가 내곁에서 아주 사라진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다.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핑돈다.
엄마는 주무시던 요커버를 벗겨 한 쪽에 미루어 놓고 가셨다.
누가 와서 자고가면 바로 빨래를 하는 나를 지켜본 배려이리라.
빨래통에 넣으면서 내 마음에 있는 일상의 편안함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혼자 되뇌인다.
계시는 동안 잘해드렸잖아...
내년에 또 오실걸 뭐.....
작년에 오셨을 때보다 정신이 더 좋으신 것같잖아.....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렸고 옷이랑, 신발이랑.....
병원에도 모시고 갔었고, 외손녀가 용돈도 드렸고, 외손녀 집에도 가보고.....하면서,,,,,,,
엄마가 주무시던 방이 휑하니 빈방이다.
내마음도 휑하니 빈방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집에 벌써 들어갔어,,,,?~~~~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