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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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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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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그 맘 변하지마~~아~~~


BY 돌고래 2009-03-15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를 넣고.... 어제 앞마당에서 캔 황새냉이를 넣고.....

청양고추로 담은 매운 고추장을 넣고..... 파와 마늘을 넣고....

이렇게 끓인 찌개냄비 하나만 덩그러이 식탁에 올려놓고..... 남편과 나는 꿀맛나게,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난, 설것이를 하는데.... 남편은 꺼억..!! 트림을 하고.....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은 대개 이렇다.

둘이는 쇼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는데 .......나에게 살살 낮잠이 쳐들어 왔다.

잠이 들 찰나, 우당당탕.......이게 뭔소리여.....?.

귀찮아서 못들은 척 하니

남편; 무슨소리 안 났어? 한다.

마지못해 뒷 베란다로 나가보니 헉...!!! 세탁기가 올려놓은 받침에서 반 정도가 공중에 떠 있다....!!!

세탁물량중심이 안잡혀 탈수하면서 살살 돌아간 것이 그리 된 모양이다.

혼자 어찌 좀 해볼라니 힘이 좀 모자른 듯 하다. 아니 택도 없다...

남편을 부르자니 또.....좀....그렇다.

왜...??..

며칠 전, 남편몰래 화초를 사다가 뒷 베란다에 감춰놓았기 때문...!!!

탈수 되는 그 진동을 못이겨 자기몸을 심하게 터는 바람에 세탁기 위에 올려놓았던 휴대용 가스렌스가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숨겨놓은 화초 꽃모가지를 다 부러트렸는데.........

그 몰골을 보면 남편이 뭐라고 한마디의 잔소리를 날리지 않을까 싶어서다.

완전범죄를 위해 혼자 좀 해볼라니.... 힘들어 안되겠다.

 

엄청나게 불쌍한 목소리로,

나; 자기야 세탁기가 돌아갔어. 내가 해볼라도 안되네....자기가 좀 해볼래? 자기 허리아픈데....할 수 있을까?....

남편이 와서 보더니 바로 몸을 쓴다.

남편: 끙~~끙,.... 됐어...??....

나: 오!!! 굿..!!!! 됐어...허리아픈데..어떻게 했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먼저 있던 자리가 아니다. 약간 더 들어앉아야 할 것같다.

나: 으~응, 요기 까만자리 있지? 요기가 먼저 있던 자리야... 일루 와야 되는데.....

남편; 여기..? 알았어... 쪼끔 옮기지 뭐....

나; 그냥 놔둬, 내가 나중에 쪼금 쪼끔 옮기께.....

남편; 뭘 나중에 해,  허리 아파도 이정도는 괜찮네... 이사람아...끙~~끙~~됐찌?

나; 응, 됐어, 잘했어, 아무 것도 아니네.....아까 내가 혼자 해볼려니 안되던데.....꿈쩍도 안하던데....

남편, 으쓱 하며 아무말 없이 거실로 간다. 꽃모가지 부러진 건 못 본 것같다. 다행이다.

꽃만 사들인다고 잔소리깨나 들어왔던 터라, 잔소리가 없자, 슬그머니 불안해진다.

 

남편옆에 앉으면서  

나; 자기, 꽃 봤어?...

남편; 응...

나; 근데, 왜 아무말 안해....?

남편; 다 봤어... 뭘, 그렇게 많이 사다놨어... 지금 추워서 심지도 못할 껄....나중에 사지....

 

아까보다 더 불쌍한 목소리로

나; 날씨가 조금 풀리면 마당에 심을라구 그르지....

남편; 올핸, 당신 원하는대로 심어봐... 다들 이뿌다그러더라....

나; 정말..?... 정말이지.?? 응, 응?

남편; 그래....

나; 아싸.., 좋았써...어...!!!!!

바로 노트북을 켜고는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쳤다. 너무나 이쁜 정원사진들이 널려있다.

게중에 한페이지를 남편에게 보라고 하니,

남편; 아, 난 몰라...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니까....

나; 근데 있지?.. 우리 마당에다 새도 키워볼래....

남편; 새...?...

나; 응, 우리 새도 좀 키워보자.

남편; ???

아무말 없는 반응은 긍정..!!!!

오늘은 여기까지..!!!! 일단은.....

남편이 슬쩍 잠바를 걸치더니 밖으로 나간다. 담배피러 가나부다했는데 거실창을 두드린다.

나오라고 손짓을 하여 나도 잠바를 걸치고 마당으로 나갔다.

남편; 이렇게 새소리가 들리는데도 새를 키우고 싶어..?

나; 응..!!

남편; 생각해보자, 나도 새키우는 건 자신있어....키운다면 새장을 어디에다 질까?

나; 자기 자신있는 거 해봐. 나도 좋구.....저기 닭장옆에....

남편; 또 여우한테 홀렸구나.... 하하하

이게 여운가..? 아닌데.... 아닌 것같은데... 하지만 그냥 남편따라 웃었다.

 

코끝으로 찬바람이 휙~~~~에~~에~~취~~~자기야, 다시 겨울오나봐...춥다, 들어가자....

모두들 꽃샘추위라고들 하는데 슬그머니 걱정된다.

봄이 천천히 올까봐...

뒷베란다에 꽃모종이 꽃모가지 부러진채 너무 오래 기다려야 될까봐....

남편마음이 변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