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가 틀리다
난 분명 디오스 냉장고를 사려고 왔는데...
우리집 가전제품을 비롯해 이방저방 놓인 물건들은 거의 남편이 구매한다
남편의 안목,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남편의 살림살이 장만으로 집안 분위기는 묘(?)하다
일단 벽결이 티비....
대형은 아니지만 HD급이라 화질은 휼륭하다
남편이 좋아하는 품목이므로 아예 처음부터 그에게 맏겼던 물건,
안방에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 아내 다음으로 좋아하는 물건이다
순위가 바뀌었나?
거실 장식장...
건축전때 모 업체의 디피용으로 사용되었던 물건으로
화이트 원목에 못자욱 하나 없는 완전평면이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볼수 없는 가재다
이거 맘에 안든다
쇼파...
5-6 년전인가
동해안 놀러 갔다가 티비보며 홈쇼핑으로 즉흥 구매한 물건이다
아주 오래됐고 낡아서 앉기도 싫을뿐더러 티비는 안방으로 들어가던 날부터
거실 소파에 앉을일도 없다
침대...
지난해 울엄마가 숯침대 구매하면서 돌침대까지 획기적인 가격에 떠 안고
우리에게 넘겨준 것이다
역시 내스타일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에 쓴다
식탁...
8년산 그러니까 새집인 이아파트에 들어오면서 사들인 물건이다
그당시 왠만한 아파트는 모두 체리 원목을 장식하던 시절(?)
요즘은,특히 우리나라 브랜드의 트랜드는 매년 바뀌고 또 바귄다
나라고 별다를까
이것도 그당시 남편이 사들고 오셨다^^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집안 가재를 신경 안쓰고 살고 있다
일테면 집안 살림을 안하다 보니 일년에 한두번 하던 인테리어나 소소한
집 구조 바꾸는건 관심 밖이다
그런데 냉장고가 운명했다
냉장고...
먼저 살던 아파트에 냉장고 놓을 자리에 홈바를 만드느라 부엌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던 냉장고다
이집으로 오면서 멀쩡한 냉장고를 바꿀수 없어 그대로 진열했다
수명이 다 되었는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두 번의 에이스를 받고 시연찮아 내맘대로 “냉장고 운명”이라 진단하고
바로 처리하기로 했다
작은 냉장고가 맘에 안들긴 했었다
이물건 역시 9년전 남편이 구매했다
2009년산 냉장고는 내가 고르겠다고 퇴근길 집앞 마트로 달려갔다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주는게 관건이다
나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판매자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안다
마트 직원은 한마디로 답답했다
내 속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했다
냉장고가 필요해 달려온 사람에게 냉장고를 팔지 못하는 사람은 능력없는 영업사원이다
다음날 백화점으로 갔다
마트보다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직원들이 상품에 대한 지식이라던가 상담도 훨씬 적극적이고 시원시원하다
남편이 냉큼 수입품 코너로간다
이런....
가전제품은 그래도 국산이 낫지 않을까
내말은 안중에도 없다
아예 상담직원과 테이블에 앉는다
나는 나대로...
역시 가전제품의 디자인은 국내산이 뛰어나다
흠...
역시 감각있어...
지펠보다 디오스가 낫네...
남편이 부른다
나와 상담하던 직원과 남편의 상담직원의 눈빛이 교차되는 찰라~
남편의 상담직원의 눈빛이 더 빛난다
기어이 시커먼 돌고개 같은 월풀 냉장고가 우리집으로 왔다
우리집은 바닷속처럼 더 깊고 깊은 세상이 되었다
봄날 화려한 기운과 사뭇다른 세상....
죈장~
하루종일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도 은근히 욱하는 기분은 뭐지?
나쁜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