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살림을 내려놓자 손맛좋은 시누이가 김치를 보내온다

겨울방학 중국에서 잠시 쉬러 온 아들은 내 살림을 혹평했다

딸애는  자꾸 집을 옮기자하며 세식구 살기에 벅찬 큰집을 트집잡는다

암말도 못하는 남편만이 든든한 내편이다

그는 안다

내가 힘들다는걸...

회사일과 엄마노릇 아내노릇 며느리노릇 딸노릇...

어느쪽이든  처리되지 않고 쌓이기 마련인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쌓이면 짐이고 스트레스다

힘겹게 장을 봐다 놓으면 반은 음식물 쓰레기로 나간다

몇끼 잘 먹으려 애써 해 놓은 반찬이 외식몇번에 쓰레통으로 들어간다

아까와 버리지 못하고 나중에 먹겠다고  쌓아운 음식이 냉장고 반을 채웠다

어차피 일주일후면 버려질 음식들...

지쳤다

주방에만 들어서면  손과발이  척척 맞아 내손이 가위손처럼  빠르게 느껴졌던때도 있었다

세월이 흐르니 손발도 어긋나고 이빠진 가위처럼 모든게 서툴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줄거야, 세탁은 가급적 세탁소에 맡겨 일손을 줄여보고

가끔씩 도우미를 불러 살림을 맡겨보아도....

아내만한 여자는 세상에 없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후 날 위해 밥을 차려주고  살림을 맡아 해주고  아이를 돌봐주고 출근할떄 

나의 옷매무새도 만져주는 친절한 아내...

아내는 여자가 아니라 여신이다

세상의 모든것을 환하게 밝혀주는...

퇴색되어 변해가는 모든것들에 생생한 빛깔을 입혀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