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잘가던 참치집이 문을 닫았다
코가 찡하게 차가운날 퇴근길 술생각이 나면 자주 들르는 집이다
함께 주절주절 일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보면 2시간을 훌쩍 넘어
3시간 넘도록 그집에서 거나하게 취해 회포를 풀던 곳이다
그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참치회를 양껏 먹을수 있기 때문이다
실장앞에 앉아 팁이라도 만원 얹어주면 참치의 좋은 부위까지 맛볼수 있어 자주 드나들었다
회를 좋아하는 우리는 언제나 그집에가면 기분좋게 먹고 마셨다
부부끼리 2차 갈일이 없으니 주욱 그집에서 두세시간을 먹고 마시다보면 일인당 25000원이
아깝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미안하기 까지했다
남편은 회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접시가 비워지면 바로 실장이 내어주는대로 먹고
나역시 참치 특유의 살짝 얼린 질감이 좋아 일반회 보다 더 잘먹었다
아들이 오면 꼭 데리고 오자며 약속하고 그렇게 집앞의 참치집을 간간히 드나들기를 몇 달...
하루는 남편이 아파드 단지로 집입해 상가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자신은 집앞에 주차를 하고 오겠다며 들어가 먼저 주문을 하고 있으라며...
문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몇날 몇일...
출퇴근길 그집이 눈에 보이면 우리는 그집 이야기를 했다
그집에서의 즐거운 추억들과 참치의 친절한 맛을 되씹으며 입맛을 다셨다
이상하다
그집은 유난히 아파트 손님이 많았고 젊은 주부들이 참치회를 포장해서 가져가기도 하고
참치로 만든 초밥도 맛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바로앞이 전철역이라 퇴근하면서 들르는 주당들을 비롯해 손님이 늘 북적거렸다
그런데 문을 닫다니 조금 의하했다
참치집을 운영해 오던 주인집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관심이 쏠렸다
아들이 며칠 와 머무는 동안에도 몇 번 그집을 기웃거렸지만 닫힌문은 의문만큼이나
겨울 날씨만큼이나 풀리지 않았다
한달이 넘어서야 알게된 사실인즉...
그집 장사는 나름대로 잘됐지만 턱없이 적자가 났다는 얘기다
좋은 재료를 쓰니 사람은 몰리는데다 참치집은 실장에게 경영권은 있다고한다
게다가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 그리고 칼자루 를 쥔 실장에게 들어가는 페이도 상당하다고 한다
그러니...
시간제한없이 양껏 회를 먹을수 있게 하다보니 술꾼들이 시간가는줄 모르고 좋은 회에다 술을 먹으니
당연 적자가 났던 모양이다
참치맛을 아는 사람들은 물 좋은 참치를 찾아 단골을 삼았을테고 단골을 상대로 하는 장사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몇 달을 버텼나보다
왠지...
자꾸 미안해지고...
참지가 자꾸 머릿속에 빙빙돌로...
우리가 너무 많이 먹었나 반성도 들고...
암튼 남편과 그집을 지날때면 요즘도 한마디한다
좀 적게 먹을걸 그치!~
아직도 술집 단골을 찾지못하고 동네에서 방황하는 우리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