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일들은 기쁨이 배가된다.
연락도 없이 반가운 친구를 길에서 만날때나,
기억에서 가물거리던 오래전 이웃의 전화,
오래전 내것이었던 물건들이 쇼윈도에 비슷한
모양으로 걸려 있을때,
나는 내 몸의 일부가 그것들에게 와락 끌리는
현상을 체험한다.
슬렁 슬렁 내리는 눈이 어느새 소복히 쌓였다.
아침이 되어서야 그것들을 확인했다.
엇저녁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주한 눈송이...
아무 생각없는듯 가볍게 나풀거리긴 했지만
나의 기쁨에 배가 되어 내려 앉았다.
가로등에 간간히 비치는 거뭇한 물체가 한여름밤의
하루살이처럼 정겹고 따스하다.
한여름에 눈이 내리면,
내가 눈사람이 되어주지.
이른저녁이라 밤공기는 신선했고
가볍게 떨어지는 눈송이는 낯익은 듯,
그래서 나는 저 만치 밀려나고 있었다.
목마름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모두 먹어버리고
싶을만큼 목마른 젊은 시절로
밀려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