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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아주오래된글)


BY 햇반 2005-08-06

이게 뭐야...
민구팬티가 왜 여기있어?

가끔 남편 속옷 서랍에 아이들 속옷을 슬쩍 끼워둔다

부부에게도  늘 같은공간에 공존하지만 침범할 수 없는  각자의 영역은 있다.
인정해 줘야 하면서도 그것을 파괴해 버리고 싶은 양면성 또한 누구에게나 있는법
아이의 속옷을 남편의 속옷 서랍에 넣으며서 나는 남편의  영역으로 침범할 수있고
남편은 내 영역에서 벗어 날수 없음을 암시한다.

어...
그게 왜 거기 있지

모른체 슬쩍 넘어가지만 그것이 나의 고의란것도  모르는 남편의 굼뜬 행동에
미소가 번진다.
계산된 속셈이든 아니든 남편은 그저 즐거울것이다.

아들의 속옷과 앙증맞은 딸이 속옷들이 두눈을 즐겁게,
또는 이만큼 컸나 하는 벅찬감도 와 닿겠지.
이내 행복은 저 멀리 있는게 아니라 자신의 서럽속에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계산을 하고 실행을 한건 아니다.
한두번쯤은 실수였을거다.

어느날 문득  빨래를 널다 아이들 속옷을  바라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마음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이 속옷으로 짐작하고 그 만큼 커버린 우리 가족의 소중함에
잠시 행복에 취했을 어느 한낮....
나는 그것을 아빠의 속옷서랍에 그대로 담아 놓았을 뿐이다.

샤워를 끝낸 밤이나 이른 아침 출근하기전 발견 되어진 아이들의 속옷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되리라 하는 기대감으로말이다.
그 흡족한 마음에 아이들의 속옷 크기만큼 아른들의 마음도 점점 부풀어간다.

몸에 걸치는 마지막 한가지도 다 벗어버린채 상상하는 즐거움
거추장스러움을 모두 벗어던진 그 순수함의 세계
가정은 결국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
그러면서 더 가까워 지고 영역의 구별마저도  없앨 수 있는
부드럽고 하얀  속옷처럼 서로의 옷장에 늘 함께 공존해야 하는 단단한 서랍장이어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