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바람때문이다.
민통선 비무장지대에 산불이 난것도, 강원도 양양에 불이 났던것도,
그 불을 어느정도 진화했다 싶어 ,잠시 방심한사이 또다시 불길이 거세어 진것도,
그러니까 불이난 건 다 바람때문이다.
옛날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강원도 시골 우리동네에 말만한 처녀가 하나 있었다.
동네 어느 뉘집 자식인지 모르지만 암튼 그 동네 총각하고 눈이 맞았다.
처녀에게는 장애아 동생이 있었다.
예닙골살쯤 되었을까.
수족이 거의 뒤틀리는 중증 장애아였다.
어느해던가 저녁나절 밥을 하려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우고 있었다.
가마솥에 물은 점점 뜨겁게 덥혀지고 있었다.
뿜어 나오는 김을 식힐 요량으로 뚜껑을 조금 열어 두고있는데
동내 총각이 뒷곁에서 기웃거렸다.
그 처녀 반가운 마음에 뛰쳐나갔다.
바람난 처녀에게 시간은 눈깜짝할사이 흘렀다.
어두워 지는 방에서 장애인 동생은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가 무서운 생각이들자
언니를 찾으러 안방과 부억으로 연결된 문으로 몸을 디밀고 나오다
그만 가마솥에 잘못 다리를 디뎌 사고가 났다.
동생의 고함소리에 놀라 달려온 언니는 기겁을 하며 동생을 들쳐안고 옷을
벗겨 내리느라 애를 먹었다.
총각은 미안한 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연신 찬물을 끼얹어대고...
옷과 함께 벗겨지는 그애의 살가죽.
시뻘겋게 드러난 메마른 다리.
놀라운 장면이었다.
어린 내 눈에....
내 나이도 아마 그 동생의 나이쯤이나 되었을까.
그 끔찍한 장면은 내 뇌리에 한장의 스냅사진으로 저장되었다.
그당시 내가 살았던 곳은 강원도 고성군 이었으니까.
그 쪽지역에서 부는 바람의 위력을 실감한 셈이다.
아주 어린나이에....
그래서 나는 바람이 무서운가보다.
봄에 부는 바람은 더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