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고 퍼머를 했다
전에는 김난주 사진을 보여주며 그렇게 해 달라고 한적 있다
그게 서로 편리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추상미 사진을 미처 구하지못했다
그래서 그녀가 찍은 영화포스터 설명을 해 주면서 알수있겠냐며 물었다
조금 난감해 하는 것 같았다
영화는 안보고 살아도 말야 광고는 보고 살아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소비자의 입맛을 쫒아가기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도록 한마디 해줄걸 그랬나
퍼머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은 뒤에서 보면 아가씨 앞에서 보면 할머니라 그랬다
아들은 아냐... 뒤에서 봐도 할머니 앞에서 봐도 할머니야 그런다
남편에게 갔다
뭐 특별한 기대를 한건 아니지만 남편은 자꾸 내 눈을 피하는 눈치다
남편이 야속했다
귀찮을 정도로 계속 쫒아다니면서 물었다
나 어떠냐고...
마지못해 내가 좋으면 좋단다
아들딸에 비해 좀 우회적인 방법을 시도했지만 기분은 그거나 그거나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자들(아직 내가 여자 맞나)이 머리를 하는것에 의미를 둔다
내가 아직 여자 맞나 라고 했던건 이제는 헤어스타일에 별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전에는 머리한번 하기위해 여기저기 사전정보를 수집하고 여기저기 알려
홍보를 한다음 그이후 새로운 스타일이 창조되는 순간까지 대외적으로 광고하며
두루 한달여의 긴 과정을 마친후에야 하나의 헤어스타일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지..
거울을 보다 문득 머리를 해야겠네
마치 화장실에 치약이나 비누나 휴지나 그런것들이 떨어지면 새로운 것을 사다놔야
하는것처럼 그렇게 내 쓰던 물건이 떨어진것에 대한 채움에 지나지않게 됐다는 것이다
단발령(?)을 시행했던 청소년시절 1~2센치는 우리에겐 커란 슬픔이기도했고
기쁨이기도했다
1센치 때문에 속상해서 하루종일 빗질만 해대던 그시절도 있었다
원하는 만큼의 웨이브가 안나와 가 다음날 바로 머리를 풀어버린적도 있었다
내가 한때 젊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내가지금 아줌마라는 것은 진리이고
앞으로 할머니가 될것이라는 것은 당근이다
아들이 할머니라고 한건 앞으로 그러리란 것의 가정이라 생각하고
그나마 앞모습은 아가씨라고 한 딸의 말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재치라 생각하고 내가 좋으면 좋다라고 말 한 남편의 뜻은
내 편한대로 살아가며 사소한 자유를 누리라는 뜻일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사는 한 나는 늙지도 젊지도 않을 것같다
그래서 나는 피터팬처럼 나이를 잃고 영원히 자라지 않는
순수한 영혼을 간직할것만 같다
그러니...
내 머리스타일을 피터팬 스타일이라 해 두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