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방뇨의 가벼움
아들의 방과 후 시간은 거의 나와 동행하여 행선지를 옮겨 다닌다.
인지치료실에서 나오면 미술학원으로 그 다음은 피아노, 대충 이런 식이다.
가는 곳마다 거의 한 시간씩 소요되므로 건물주차장, 혹은 길옆에 차를 세운다.
운전석에 앉아 미니노트북 두드리거나 읽던 책장 넘기며 녀석을 기다리는 것이 나의 임무다.
저녁 찬거리 사러 다니기도 하고, 은행볼일을 그 시간에 해결하기도 한다.
집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으니 효율적인 시간 분배를 위해 나름 고심한 결과다.
꾸물꾸물한 날씨 탓인지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꽤나 졸리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몇 술 떠먹고 집에서 나왔다.
운전하면서도 실눈 뜨고 인상 찡그리니 아들이 자꾸 곁눈질로 엄마기분을 살핀다.
골이라도 났나 싶어 그런가보다.
녀석을 들여보내놓고 늘 그렇듯이 차안에 앉아있는 중이다.
읽는 책이 두툼해서인지 진도 나가지 않는데, 남아있던 잠기운까지 합세하여 눈꺼풀 위가 맷돌무게다.
간신히 들어 올려보고 손으로 비벼대도 스르르 내려앉는다.
아, 진짜 졸려서 환장하고 죽겠다-죽겠다는 말을 여기서 또 하는군-
차안에서 자다보면 꼭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입이 벌어지게 되니 되도록 참는 편이다.
졸면서도 의식은 깨어있어 모습이 다 짐작된다.
내입이 지금 벌어지고 있구나 하고.
혹시라도 차번호를 아는 지인이 지나치다 유리 안으로 그 꼴 본다면 가관일 거다.
정신차려보겠다고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대는 순간, 우측으로 할머니 두 분이 다급하게 걷는 모양이 보인다.
아니 걷는다기보다 거의 주춤거리며 뛰고 있다.
아파트 건물 옆에 비탈진 화단을 오른다. 무릎이 아픈지 한 팔로 다리를 짚어가며 바쁜 걸음이다.
궁금증에 시선 고정시키고 다음 행동을 지켜보았다.
도심 속 풀밭에도 먹을거리가 있나보다 했다. 버섯일까, 나물일까 추측하며 뭔가 채취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잠시 후 펼쳐진 할머니들의 용감무쌍함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아파트이름 인쇄된 납작한 석조건축물 뒤에 숨는듯하더니 허리춤을 풀어 내리는 것이다.
둘이서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서 말이다.
달랑 도로 쪽으로 세워진 나지막한 돌판 뒤에다 오줌 누고 있다.
앞가리개(?)용 돌 게시판 높이는 어른 가슴께쯤이고 넓이도 겨우 두 사람 가려질 폭이다.
위로, 양 옆으로 훤히 뚫려 다 보이고 바로 아래엔 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된 공간이다.
나처럼 차안에서 시간 채우는 이도 있겠고, 보도 위를 오가는 행인들도 숱하게 넘치는 곳이다.
소변 참지 못한 할머니들의 용기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만 것이다.
노상방뇨 끝내고 누가 볼세라 급히 바지를 입는데, 이왕지사 벌인 짓인데 그 자리에서 마무리 할 일이지 걸어가면서 올린다.
고무줄 바지 속 분홍꽃무늬 고쟁이가 멀리서도 다 보인다.
두 할머니의 옷 여미는 모양새에서, 방금 전 상황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얼마나 급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숨이 한자배기나 나온다.
근처 상점에 들어가 화장실 좀 쓰겠다 해도 될 일이고, 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 물으면 친절히 안내해 줄 텐데, 눈살 찌푸려지는 그림을 연출하다니.
육신나이 먹어도 마음만큼은 늙지 않는 여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속내는 여전히 이팔청춘이라며 주름 가득한 얼굴,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서도 여인이기 원하는 여자사람들.
겉과 속이 같은 무게로 나이 들어가면 얼마나 좋으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뭐라더라? 식욕, 성욕, 배설욕구이던가?
아무리 참기 힘든 배설욕구라도 그렇지.
아휴, 할머니들 쪼매만 참지 대낮에 그게 뭔 꼴이람.
같은 여자(?)여서 그랬을까.
낯 뜨거워 혼났다.
2010년 8월 31일
두 할머니 노상방뇨 지켜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