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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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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가라사대


BY 박예천 2010-08-15

       

         악동 가라사대

 


                                     (유뽕이 사촌동생들 사진 입니다^^)

 

 

 

정 많은 남자 유뽕이의 소원대로 사촌동생들이 놀러왔습니다.

형아는 여덟 살, 동생은 다섯 살인 남자형제이지요.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들은 몰라보게 자라있더군요.

유뽕이를 비롯해 사내아이들 셋이서 뒹구느라 집안은 놀이터가 되어버렸습니다.

개구쟁이로 건강하게 지내다 가기를 바라는 것이 큰엄마인 제 맘이었습니다.

다섯 살인 둘째는 제법 말을 다듬어 꾸밀 줄 아는데 발음이 참 귀여웠습니다.

“큰 엄마! 이거 했떠요.”라는 식으로 부정확한 말에 애교까지 넘칩니다.

녀석들이 자기 집으로 올라가던 어젯밤.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꼬마손님 대접에 힘드니 어쩌니 해도 끈끈한 게 정이라고, 어미마냥 돌아서서 울었습니다.

거실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밤잠 잘도 잤는데, 가고나니 허전합니다.

동생인 둘째 녀석이 눈을 빛내며 했던 말이 혼자듣기 아까워 소개합니다.

장난기 심한 표정으로 “큰엄마! 방구 똥꼬!”하며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네요.

녀석의 별명을 악동으로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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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녀석이 바로 둘째 악동이랍니다^^)

 

 

#1 호랑이 연고

 

중국에서 사왔다며 누군가 주고 간 호랑이 연고.

만병통치약이라고 큰 아빠가 자랑삼아 악동아빠에게 소개합니다.

모기물린 곳에 바르면 금방 낫는다고 말했지요.

방안에서 형들과 놀던 악동이 큰엄마 앞으로 달려옵니다.

“큰엄마! 나 여기 물렸쪄요!”

“어디? 모기가 물었어?”

“아니요. 호랑이가 물었나 봐요. 약 발라야 돼요!”

“엥? 무슨 약?”

좀 전에 큰아빠와 자기 아빠가 바르던 호랑이 연고를 가져옵니다.

악동 가라사대,

“이거 봐요. 여기 호랑이 그림 있지요? 호랑이가 물으면 이 약 바르는 거예요. 알았지요?”

큰엄마는 녀석이 가리키는 엉덩이에 쓱쓱 발라주는데 자꾸 깔깔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2 아빠친구

악동은 큰아빠를 참 오랜만에 보는 겁니다.

엉덩이에 기저귀 달고 다닐 때 만나고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도착하던 첫날 여기 큰아빠, 이 사람은 큰엄마야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피곤하게 잠들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큰아빠는 보충수업 하러 학교에 출근하고 없었습니다.

악동이 단잠에서 깰까 조심조심 아침밥을 준비하는데,

부스스 일어난 녀석이 두리번거리더니 한마디 합니다.

악동 가라사대,

“어? 근데요. 큰엄마! 여기 아빠친구는 어디 갔쪄요?”

이게 뭔 소립니까.

졸지에 시동생 친구랑 사는 요상한 여자가 되어버렸네요.

큰아빠라는 이름을 금세 까먹은 모양입니다.

 


             (남편은 이 사진을 보며 '흐르는 강물처럼'영화 같다고 하더군요^^)

 

# 3 쉿! 조용히

아침을 먹고 물놀이 가려는 차 안입니다.

악동아빠는 운전하고 조수석엔 큰아빠가 앉았네요.

뒷좌석에 악동형제와 사촌누나 큰엄마가 함께 갑니다.

큰엄마는 이참에 큰아빠 존재를 다시 확인시켜주고 싶어집니다.

집게손가락으로 앞자리를 가리키며

“ㅇㅇ야! 이 사람이 누구지?”

당연히 큰아빠라고 금방 답을 말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신 없는 표정입니다.

그렇다고 또 아빠친구라는 같은 대답을 할 수도 없었나 봅니다.

갑자기 눈을 흘기더니 큰엄마 쪽 쳐다보며 대답대신 나오는 말.

악동 가라사대,

“쉿! 큰엄마, 차안에서는 시끄럽게 하면 안돼요. 조용히 가는 거예요!”

 

# 4 마음 아파서

물놀이 가느라 집에는 강아지 견우를 두고 갔습니다.

몇 시간 후에 돌아와 보니 잔뜩 화가 났는지 소변도 엉뚱한데 흘려놓고

두어군데 토하기까지 했습니다.

큰엄마는 한숨을 쉬며,

“아휴! 견우야. 너 또 이게 뭐니? 스트레스 받은 거야?”

깨끗이 치우고 짐 정리를 하려는데, 강아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악동이 달려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표정까지 심각합니다.

악동 가라사대,

“큰엄마! 강아지가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

동물의 마음까지 읽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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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삼일 재잘재잘 영혼까지 맑게 헹궈주던 녀석들입니다.

깨물어주고 싶도록 사랑스럽다더니 꼭 그랬습니다.

다음에 보면 또 얼마나 생각높이가 커 있을까요.

 

 

 

2010년 8월 15일

유뽕이 사촌동생들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