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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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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 사월독백


BY 박예천 2009-01-06

 

사월독백



윤 사월 바람에 꽃눈이 흩날린다.

저렇게 벚꽃이 지는구나.

설악산 깊은 골에서 오래 웅크렸던 기운이 평지를 덮는다.

키 큰 나무는 하늘 꼭대기로 여린 손바닥을 흔들고,

마른 잡풀들 사이마다 흙을 딛고 또 싹이 돋는다.

산 바닥에서 고물거리며 피어오르는 초록안개.

불면의 몇 날 밤 동안 모아놓은 눈물들이 산에서 녹아 흐르기라도 하는가.

채우지도 못하고 깨끗이 비운 것도 아닌  속내가 먼지 속에 너덜거린다.


떠난 사람들의 뒤 꼭지만 기억 속에 가득하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으며,

내 어느 한부분이라도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느려터진 비둘기호열차는 추억과 나를 한 덩어리로 뭉쳐 내던졌다.

간이역에서 먹던 가락국수 굵기가 전봇대 같다던 그 얼간이도

특유의 멀건 웃음을 끌어안고 사라졌다.

꼴 난 자존심은 죽어도 그것을 ‘첫사랑’ 이라 하지 않는다.

‘인생’ 이라는 장편영화 줄거리에 겨우 ‘행인1’ 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 어느 날은,

‘행인1’ 과 스쳤던 시골의 거친 자갈길도 지독하게 그리운 법.

봄날에 떠나보낸 이가 많아서일까.

열병이 가라앉을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꿈속에서조차 장송곡만 목이 터져라 불러대며 부고장을 찍는다.

날마다 죽어 가는 이들을 부여안고 통곡하다 맞이하는 아침.

그러나 정작 가위에 눌리는 것은 낮 동안의 삶인 것을.


향기 깊은 꽃들이 뼛속으로 스미는 봄날이다.

병든 몸 일으켜 세우고,

눅눅한 침상을 일광욕 시켜야 할 사월이 바람에 부서지고 있다.

꽃잎마다 제 무게를 싣고서.


 


 

어느 해 꽃 지던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