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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123 - 똥꼬나팔


BY 박예천 2015-04-07

                       똥꼬 나팔

  

 

                                   

  

 

 

해 유뽕이는 고등학생 형아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코밑이 거뭇거뭇하고 이마엔 여드름이 송송 맺힌 총각이 되었답니다.

문득 녀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덩치는 아빠보다 크지만, 아직도 하는 짓은 귀염둥이(?) 애기랍니다.

 

엊그제 아침이었지요.

아침식탁 차려놓고 엄마가 유뽕이를 불렀습니다.

유뽕아! 밥 먹어라!”

부엌 앞 문턱을 넘어오던 녀석이 잠시 정지된 화면처럼 동작을 멈춥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

방귀한방을 날리는 겁니다.

엄마는 일부러 놀라는 척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요.

어머나! 이게 뭔 소리야?”

능청맞은 표정으로 유뽕이가 대답합니다.

파에요!”

? 뭐라고? ‘가 뭐야?”

도레미파..., ‘예요!”

말인즉, 자기의 방귀소리 음높이가 음이라는 것이죠.

절대음감인 유뽕이는 방귀를 뀌면서도 계이름까지 찾아냅니다.

녀석의 익살스런 상상으로 이른 아침부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뒤이어 식탁에 앉는 아빠에게도 방금 전 상황을 얘기해주느라 엄마는 숨이 넘어갑니다.

 

다음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엄마와 유뽕이는 이불속에서 뒹굴 대고 있었지요.

유뽕아! 아침이네. 일어나야겠다. 그치?”

옆에 누운 유뽕이가 대답대신 또 뿡하고 방귀를 날립니다.

엄마는 어제아침보다 더 과장된 연기로 놀라는 척을 했지요.

오잉?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유뽕이가 뭐라고 답한 줄 아십니까?

“‘예요!”

어쩐지 좀 고음이다 싶더라니 역시나 도레미파솔......!’였습니다.

그것으로 끝 인줄 알았지요.

곧이어 나오는 또 한 번의 가스.

~!”

이번엔 음 보다는 낮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가 물어봤지요.

요건 무슨 소리지?”

유뽕이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말합니다.

“‘예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던 엄마는, 어제보다 더 큰소리로 박장대소를 합니다.

아이고 웃겨라! 우리 유뽕이 때문에 웃고 산다. 방귀도 계이름으로 뀌다니! 울 아들이 효자네. 엄마를 이렇게 즐겁게 해주고!”

그리고는 유뽕이한테 물어봤지요.

에이...., 어떻게 방귀가 도레미파가 되냐?”

엄마의 어이없어하는 물음에 유뽕이는 또박또박 말을 이어갑니다.

똥고가 입이예요! 나팔 불어요!”

순간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답니다.

유뽕이의 상상 속에서 똥고는 입이 되고, 방귀는 똥꼬입이 불어대는 나팔소리였던 겁니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죠?

그저 순수하기만 한 유뽕이는 정말이지 굼벵이보다 더 느리게, 쥐며느리 걸음보다 더욱 느릿느릿 생각이 자라는가봅니다.

열일곱 나이건만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말만 하네요.

 

제 방에서 혼자 놀다가도 개수대에서 설거지하는 물소리가 들리면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엄마 등뒤에 서서 큼지막한 손으로 어깨를 꽉꽉 주물러주며 말하지요.

엄마! 어때요? 시원하지요?”

 

이런 아들을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살펴보고, 돌아보고, 다시 뜯어봐도...., 유뽕이는 하나님의 선물이 맞습니다.

그것도, 형편없이 부족한 엄마에겐 더없이 과분한!

 

내일 아침에도 녀석의 똥꼬 나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이번엔 경쾌한 솔?

 

 

 

201547

유뽕이의 똥꼬나팔소리 듣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