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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114 - 표창장


BY 박예천 2013-05-07

              

              표창장

 

 

 

 

보통의 아이들 같으면 현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난리가 났을 겁니다.

엄마 어릴 적에도 그랬거든요.

대문 앞에서부터 ‘엄마! 어디 있어? 이것 좀 봐!’라며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지요.

학업우수상이거나, 글짓기 상을 받으면 크게 기뻐하셨던 유뽕이 외할머니가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유뽕이가 돌아오면 가방 먼저 뒤지는 게 엄마의 일입니다.

아들표정보다 가방속이 궁금하거든요.

녀석이 속 시원하게 학교생활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못하니까요.

선생님이 알림장에 하루 일과를 어떻게 적어주셨을까, 별일은 없었겠지 하는 맘이지요.

어제도 평소처럼 가방 지퍼를 열어보았습니다.

짜잔! 뭔가 색다른 도톰한 군청색 표지가 보입니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에도 가끔 받아오긴 했지만, 이번엔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펼쳐보니 ‘표창장’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네요.

 

 


 

 

모범상이라고 적혀있는데, 내용만 보면 유뽕이녀석 대단한 학생입니다.

‘이해심이 많고, 선행하는 태도가 타의 모범이 되므로......’

하여간 장애 있는 거 모르는 누군가가 보면 대견한 아들을 두었다고 침 꽤나 흘릴 일이지요.

주변의 엄마들을 만나면 요즘 아이들 사춘기를 겪어내느라 맘고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다들 자식들의 눈치를 보고 사노라고 한숨을 쉬지요.

그런데 유뽕엄마는 복에 겨워 날마다 함지박 만 한 웃음을 시도 때도 없이 흘리고 산답니다.

다 큰 녀석이 엄마 볼에 쪽쪽 입을 맞추지 않나, 눈만 마주치면 “엄마! 사랑해요!”를 남발하고 다니지요. 애정표현을 자주하다보니 이젠 녀석의 진심이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입버릇처럼 중얼대니까요.

 

유뽕이 입에서 짜증 섞인 말보다는 상대방을 향한 찬사의 말이 자주 나와서 다행입니다.

분노하는 횟수보다 까르륵 웃을 수 있는 편안한 맘이 더 넓게 자리한 것 같아 맘이 놓입니다.

그런 녀석의 모습들이 선생님 눈에도 선하고 이해심 많게 보였을 겁니다.

유뽕이를 추천해 주셨을 담임선생님의 배려가 고맙기만 합니다.

 

제사보다 젯밥에만 정신이 있다더니, 엄마는 상장보다는 부상으로 준 상품권에만 흑심이 생깁니다.

겨우 만 원짜리 한 장이지만, 유뽕이가 기억할만한 것을 사줘야겠네요.

엊그제 집안 정리하면서 몇 년 동안 아끼던 장난감들을 버리자고 하니까 울먹거리면서도 참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유뽕아! 넌 이제 형아니까 여기 자동차들하고 장난감 버리자!”

싫다고 징징거릴 줄 알았더니 뭔가 억누르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장난감은 초등학생이 하는 거지요? 유뽕인 형아니까 종이버스 만들지요?”

제 딴엔 엄마를 안심시키려는 말인데, 어쩐지 섭섭함이 가득 묻어있습니다.

열다섯 살이나 된 녀석이 아직도 장난감자동차들을 갖고 노느냐고 아빠가 진작부터 치우라 했거든요.

 

엄마는 결정했습니다.

상품권으로 유뽕이 좋아하는 스케치북이나 사다줘야겠습니다.

녀석의 말대로 ‘진짜 형아’가 되었으니까요.

 

 

 

2013년 5월 7일

상 받은 어제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