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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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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88 - 자해(自害)습관


BY 박예천 2011-12-13

 

        자해(自害)습관

 

 

 

유뽕이가 말을 못하는 것보다 엄마 가슴이 더 아픈 행동이 있습니다.

자해하는 습관이지요.

정말이지 그것만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조바심 내며 살았습니다.

 

첫돌이 지나고 막 걷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을까요.

성질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울면서 자기 뺨을 두 손바닥으로 마구 때립니다.

장애가 있는 줄 알 수 없었던 때라서, 참 고집이 보통 아닌 녀석이구나 생각했었지요.

더욱 화가 날 일이 생기면 주방바닥이나 거실에 앉아 싱크대와 벽에 머리를 박치기합니다.

반복해서 계속합니다.

혼내보다가, 달래다가...., 엄마가 먼저 울기도 여러 번.

그럭저럭 세월 보냈는데, 요즘 다시 자기 몸을 아프게 합니다.

 

몇 달 전에도 학교에서 5학년 동생들이 떼를 지어 놀려대던 일.

그건 유뽕이의 자해습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랬답니다.

“유뽕이 형 점심 먹고 양치질 안했지?”

“아냐! 했어.”

“뭘! 웃기지마. 이 안 닦았잖아!”

“닦았어! 양치질 하고 왔어!”

이를 닦았다고 말해도 아이들이 계속 양치질 안했다고 놀리니까 울면서 화가 난 겁니다.

자기 머리를 때리더랍니다.

그 행동이 재미있다며 모여들어서 웃으며 손가락질 한 것이지요.

제 몸을 때리는 모습이 아이들 앞에 구경거리가 된 겁니다.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맘을 다스리며 몇몇 5학년 동생을 혼내주는 것으로 끝났지요.

 

사춘기로 접어들어서 그럴까요?

유뽕이 자해습관이 다시 시작됩니다.

양 손등을 이로 깨물어서 뻘겋게 자국이 선명합니다.

오늘 아침엔 일어나라는 엄마 말에 화내며 자기 머리를 이층 침대 기둥에 박치기 하더군요.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손톱 세워 손등이며 팔을 할퀴네요.

어찌나 세게 긁었는지 살점이 떨어져 피가 나옵니다.

엄마는 묵묵히 비상약 가방 열고 소독거즈와 밴드를 붙여줍니다.

가슴이 미어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안아주고 뽀뽀만 해도 닳을까봐 아끼고 싶은 아들 몸인데,

엄마 맘 모르는 녀석이 서운하기만 합니다.

치료선생님께 상담해보면 무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행동수정이 될 때까지 인내심으로 기다리라고 합니다.

제발 그러다 말기를 엄마는 손 모으며 애간장 녹게 기도할 뿐입니다.

학교 앞에 차를 세우며 가만히 유뽕이 양 손을 잡아봅니다.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이며 팔을 꼭꼭 비벼 만져줍니다.

잘 다녀오라고 가방을 메어주고 손 흔들어 교문 안으로 들여보냈지요.

저벅저벅 눈 쌓인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녀석의 등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오래된 기억 속 그림액자 하나가 떠오릅니다.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 자세로 기도하는 모습.

‘오늘도 무사히!’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무거운 가방 흔들며 걷는 유뽕이 등짝에 엄마는 눈짓만으로 글씨를 써 놓습니다.

 

‘유뽕아! 오늘도 무사히!’

그렇게 삼백 예순 날, 같은 내용만 적어 아들을 세상에 보냅니다.

오후에 만나면, 하루 잘 보낸 녀석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문질러 줘야겠네요.

 

 

 

2011년 12월 13일

자해습관 보였던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