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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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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3)


BY 박예천 2010-09-12

 

 

* 98년 10월 9일 - 날씨 : 흐리다 맑음

 

 

그동안 너와 이야기를 자주 하지 못했구나.

추석명절이 있었고, 몸이 많이 피곤했단다.

잠을 자도 낮엔 졸음이 오고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네가 많이 자라는 모양이다.

 

추석엔 정말 힘들었다.

장양리 작은집에 가서 이틀씩 음식 준비하는데 좀 무리였다.

겨우 설거지만 하다 왔지만 중노동이었다.

곧이어 여주 외가로 향하고,

그곳에서도 쉴 사이 없이 소란스러웠지.

반가운 고모들을 만나고 하느라......

 

너에게 태어나기 전부터 이렇게 육아일기를 적는다고 했더니,

둘째고모가 웃으시더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엄마’ 어쩌고 하는 것이 징그럽지 않는냐며.

 

글쎄......

내가 좀 이상한 걸까?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다만, 나중에라도 네가 커서 이 글들을 읽게 되면 나름대로 뜻 깊을 거라 여겨진다.

 

아가야!

내일은 아빠와 함께 바다구경을 갈 것 같아.

갑작스레 여행 가자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지만

왜 속초에 가고 싶었을까.

아무래도 네 아빠도 마음이 좀 무거운 모양이야.

가을을 타는가 본데,

혼자 있을 시간이라도 줄걸 그랬나.

 

나뭇잎들이 물들었다.

점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네가 태어난 내년 가을쯤엔 함께 그 그림들을 볼 수 있겠지.

건강하게 태어나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