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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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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


BY 박예천 2010-09-10

 

* 98년 9월 3일 - 날씨 : 햇볕 따가운 맑은 가을날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새벽과 아침 내내 많이 울어서 그런가봐.

오전에 잠깐 잠이 들었던 것이 더 그렇게 만들었나 싶다.

 

아가야!

정말 힘이 든다.

굳세고 씩씩하게 애써보려 했는데 마음대로 되어주질 않는구나.

아빠는 오늘 아침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나 보더라.

차라리 큰 소리를 치거나 한 대 때리기라도 하면 속 시원 하겠다.

엄마가 될 어른이 왜 이리 눈물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참으려 해도 자꾸 쏟아지는지.......

 

너의 아빠 참 야속하다.

내가 밉고 싫더라도,

화가 나더라도 뱃속에 너를 생각해서 참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언제가 되어야 나 때문에 얼어버린 네 아빠 맘이 풀릴지 참 답답하다.

네가 아니라면 엄청나게 나 자신을 자학했을지도 모른다.

내 속에 있는 아가 너를 생각하며 참기도 하고, 즐거울 연습도 해 본다.

 

그래서,

아가야 고맙구나.

새로운 내 삶의 지표가 되어주니 말이야.

오늘 저녁 퇴근길에 네 아빠는 어떤 얼굴로 돌아올까.

내일은 멀리 계셨던 할아버지도 오시는데..........

빨리 화가 풀렸으면 좋겠구나.

너도 뱃속에서라도 아빠에게 부르짖어 다오.

 

과일이 먹고 싶다.

그건 네 생각이지?

난 과일 같은 것 그리 자주 생각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과일이 먹고 싶어진다.

벌써 과일 떨어진지 오래인데,

나 먹자고 사오기도 그렇고.

조금 참아보자.

아빠가 화 풀리면 사달라고 졸라 보자구.

너도 힘껏 응원해야 한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