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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35 - 용수골 돌고래


BY 박예천 2010-09-09

      

         용수골 돌고래



아시나요?

올여름 팔월 중순 백운산 한줄기 용수골 계곡에 돌고래가 출몰한 사실을.

뱃살 통통 볼살 통통 그 고래는 지느러미도 없답니다.

그저 두 팔과 다리를 사정없이 꼬물거리고 있었지요.

짜잔! 지금부터 용수골 돌고래를 소개하겠습니다.


저온기후 탓에 여름 내내 물 좋아하는 유뽕이가 맥이 빠졌습니다.

거실바닥엔 바람 잔뜩 불어넣은 튜브가 기운 잃고 물렁거렸어요.

그러던 중 원주 할머니 댁에 온 가족이 모이기로 했답니다.

때마침 날씨가 뜨거워져 밀쳐두었던 유뽕이 수영 도구를 챙겼습니다.

역시나 계곡 물로 들어간 녀석은 신이 났습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물속에서 나오려 하질 않습니다.

여섯 살 사촌동생이 들고 온 물안경을 눈독들이기 시작합니다.

반강제로 빼앗아들더니 제 머리에 끼워봅니다.

크기가 작아 맞을 리가 없지요. 아니 사실은 녀석의 머리통이 짱구이지요.

간신히 고무줄 늘리듯 잡아 당겨 원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줍니다.

수영이라고는 배워본 적이 없는 유뽕입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강습을 다닐 형편도 못되어 엄마는 늘 미안했지요.

자유형이니 배형 같은 이름도 모릅니다.

 




그랬던 그가, 우리의 유뽕군이 잠수를 시도하지 뭡니까.

도대체 어떻게 방법을 터득한 것일까요?

물이 맑은 곳이라 속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꽤 깊은데 겁내지 않고 자맥질하는 유뽕이 쳐다보다가 엄마는 마구 박수를 쳐댑니다.

환호성 지르며 꺅꺅거리니 주위사람들이 자꾸 쳐다봅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이다 싶었겠지요.


유뽕이는 물속에서 자유로운 세상을 만난 듯이 보였습니다.

위로 아래로 마음껏 탐색전을 펼치며 돌아다닙니다.

돌을 들춰보기도 하고 물풀 하나와 인사하는지 툭 건드립니다.

상류로 거스르다 다시 흐르는 물살 따라 하류에 몸을 맡기기도 합니다.

물위로 떠올랐다가 어느새 바닥에 머리를 틀어 방향을 잡네요.

자유로운 한 마리 돌고래가 분명했어요.

엄마는 중얼거리며 즉석에서 이름을 지어버렸답니다.

그건 바로 용수골 돌고래!

배우지 않았어도 자연 속에서 유뽕이는 저절로 여물어 갑니다.


계곡 가장자리에 또 다른 축하객들이 날아듭니다.

휘휘 늘어진 나무아래 짝짓기를 서두르는 잠자리 떼가 낮게 비행합니다.

가을이 속히 오기 전에 고운 사랑을 남기고 싶었나봅니다.

아들의 대견한 모습 담고 싶어 사진기 쥔 아빠 손등에 슬쩍 비상착륙을 시도하네요.



 


어른들보다 더 많이 영혼 맑은 유뽕입니다.

자연을 닮고 기댈 줄 알기에 덥석 손 내밀어 안아 주는가 봅니다.

덕분에 녀석도 오리발이나 구명조끼 하나 없는 맨몸으로 용수골 깊은 계곡을 맘껏 헤엄쳐 다녔지요.


키 자란 열매들이 탱글탱글 가을을 매달고 있습니다.

문득 높아진 하늘 쳐다보다가 물빛 기억을 떠올렸고 용수골 돌고래 얘기가 하고 싶었지요.

내일은 설악동 입구 목우재나들이를 녀석과 떠나봐야겠네요.

용수골 돌고래는 지금 꿈속에서 어느 희망별을 헤엄쳐 다니고 있을까요.

깊은 가을밤하늘에도 별이 총총 떠있겠지요.




2009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