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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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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영그는 텃밭일기 17 - 욕심 내려놓기


BY 초록이 2010-08-21

 

푹푹 삶아 익히는 것처럼  밤이나 낮이나 더운 8월의 날들이  

끝이 안보이는듯  지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남들이 덥다덥다 해도 울집은 에어컨 한번 안 틀고 그렁저렁 잘 지나 갔는데

올여름은 유난하이 !

입추 말복 다 지나고 처서를 앞둔 주말인데도 지붕덮인 집에서 가만히 있는데도 더우니 말 다했지 ㅎ

오늘이야말로 밭에 갈려고 어제 일찌감치 6시에 일어나 밭일 보자고 남편이랑 다짐을 하고 잤드만

베란다 부스렁소 리에 일어난 시각이  벌써 훤한 7시가 되었다

밝은 아침햇살이 퍼지는 모습이 하나도 반갑지가 않아서리 ,,,,끌끌

저녁무렵에는 개미와 물것들이 설쳐 대서 일 보는데 어렵고 늦게 일어 났어도 어쨋거나 가기로 한다

 

간밤에 비도 안 왔는데 콩이파리가 비 맞은듯 이슬에 담뿍 젖어 푸르르고

멀리 키가 큰 해바라기는 누가 저렇게 잘 심어 놨는지 농장 군데군데

아침 햇살에 그저 평화로운  아이 얼굴이다 

우리밭 뒷편으로 토란밭이 보이는데 키가 훌쩍한 토란대의 잎들은

늘  멋진 장관을 이루고 ,,,,그옆에 전봇대에 늘씬한 까치 한마리가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데 

어머나 !저기 저 자리에 전봇대가 있었던가 싶다  새로 설치를 했나 긴가민가인데  ,,,,그곳에 앉은 까치가

깍깍깍 아침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는 모양새?

얄미운 해는  농장에도 길게 떨어져  그 한낮의 위용을 떨칠 준비운동중이다 

 

봉지 몇개랑 긴 가위를 들고 들어가 요한씨 팔뚝만한 호박 두개를 따서 집어 넣고 누렇게  늙어가는 오이를

따서 넣는다   좀더 익혀서 따자는데 아침밥상에 양은 적어도 오이노각을 올릴 양으로 뚝뚝 따낸다

대파를 자르고  고구마밭에 줄기를 솎아낸다 진즉에 와서 솎아내야 했는데 뭐 ,,,무슨 일이 항상 맘 묵은대로

착착 되던가 말이야,,,,, 못 할때도 있지

고구마 덩굴을  다듬어 갖고 가야는데 어디다 벌려놓나 ,,,,,주위를 보니 그늘막이 좋은데   호박 덩굴 하나가

뻗어 들어 오고 있는 참이고 개미들이 극성이라 들어 가고 싶지가 않아서 햇살이 신경 쓰이지만

땅콩 고랑옆에 쭈그려  앉아서 다듬는다

밥반찬 해놓으면 맛있는데 ,,,,하는 걸 귀찮아 하면 못쓰지  스스로를 다독여 가며 ,,, ㅋ

 

요한씨는 남자치고는 소심하고 세심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세심하게 아내를 배려하는 애처가형이라는 건 아니고 ,,, ㅎㅎ

시간이 있다고 해서  마냥 농땡이 부리는 성격이  못돼 집안 일이건 밭일이건 뭐든지 쉬임없이 움직이는

말하자면 개미형이다   더워서 바깥에 나가기 싫어 하면 도서관에서 책 빌려 오는일, 마트에 장 보는 일

쓰레기 내보내는 일 등 얼마든지 해 주긴 한다   내가 귀찮아 하는 일을 대행해 주니 좋아하고 감사히

여겨야 하는데... 웬일인지 나는 계속 짜증만 난다 ..

요즘 같은 날씨 불쾌지수가 80이라지만 짜증에 귀차니즘에 무매너에 ,,,영 내가 맘에 안드는 요즘....

 

그 탓도 있고... 나의 탓이 더 많겠지 ;;;

 

우리가  어느정도 열매들을 따 넣고 갈려고 하니 옆에 할아버지 밭에 두분이 모습을 보인다

하얀 모자를 쓰고 흰 피부에 깔끔히 단장을 한 할머니는 오랜만에 나왔다고 하며 이것 저것 물어 보신다

이제 가을 농사 준비 할 시기가 다가 오니 관심이 생기나 보다

길가밭 아들 며느리도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은 가까운데 사는 할머니가 밭을 건사하는 것 같았는데

이분들도 가을 농사로 배추모종 심으러 오셨다 한다

우리는 열무 씨 뿌려 놓은 게 있어 어린잎으로 수확하고

몇주 있다 심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