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보다 더 커진 해바라기가 왕관을 쓴 머리를 들듯 노란 꽃잎을 열려 하고 있다
밭머리에 세그루 서 있는데 잎사귀가 큼직큼직해서 고구마밭에 해 바람 못들일까
갈때마다 밑에 잎들은 따주고 꽃에도 영양분 알차게 오르라고 따주었다
씨앗심고 순만 따주었을뿐 별로 공 들인게 없는데
어떤 인간문화재 대대로 전수 되어 온 비밀의장인손길이 빚어 놓은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 되어 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에 비가 쏟는다고 해서 시험기간이지만 감자 캐는 건 봐야 겠다는 막둥이를
데려 갈려고 하늘 눈치를 힐긋힐긋 보다가 오후 2시경 학원 보충 끝내고 오는 딸을 데리고
밭으로 갔다
하늘은 잔뜩 먹구름인데 쏟아지진 않고 이슬비 뿌리다 말고 오락가락 그랬다
길가 옆집은 감자밭 모두 거두고 텅빈 채였다
한련화는 나날이 꽃수가 많아져 짙은 오렌지와 노랑으로 불타고 있고 ~
수수하니 해맑게 웃는 쑥갓꽃은 활짝 핀 얼굴,꽃몽오리 져 피는 날만 고대하는 작은 아이들
바람에 한들한들거리고
빗방울 뚝뚝 떨어지는 데도 하얀 나비들은 이꽃저꽃 날아 다니는데
처음엔 제가 안착할곳을 못 찿아 방황하나 ....안쓰레 보기도 했는데 ,,,그게 아닌것 같다
비를 피해야 한다는건 문명인인 사람의 생각일뿐 나비 벌 들은 비 조금 내리고 시원한
이 날씨를 좋아라 하고 즐기는 것이 확실하다
여러마리의 흰 나비들이 팔랑팔랑 이곳 저곳을 날아 다닌다
드디어 감자 캐기에 돌입이다
요한씨가 삽으로 뒤집어 놓으면 내가 감자알을 찿아 옆 고랑에 놓고 막둥이는 감자박스에 담는 일을 한다
대관령 씨감자종자여서인지 푸슬푸슬한 햇감자가 모습을 보이는데
우리 모녀에게선 감탄사가 계속 터진다
ㅡ 야아 ~감자 좀 봐라
ㅡ 와 ! 여기도 있고 ,크다 !
알이 굵은 것도 있지만 조랑조랑 작은 것들도 나온다
더 두었다 캤어야 했나 ....장마에 썩히는 거 보다 낫지않나 ,,,,,아이와 같이 캐니 좋지모 ,,^^
몇가지 생각들이 오고 가고 요한씨는 오분도 안되서 다 캐고 나니 뭔가 허전한지ㅋㅋ
알이 모두 굵어질때까지 뒀어야 됐다고 아쉬워 한다
ㅡ 괜찮습니다 ~작은건 꽈리고추해서 알감자 조림하면 기똥찬 반찬이고 큰건 삶아 먹고 국 긇여 먹으면
최고지요
작은 박스로 두박스 채우고는 요한씨가 밭정리를 한다
그늘막 지붕까지 덩굴손을 뻗친 호박잎은 드디어 애호박을 달아 놨다
아까도 어떤 아저씨가 애호박을 두개 따서는 뒤춤에 들고 가는 걸 봤지
근데 단호박잎은 진한 잎색깔인데 호박이 아무래도 거름이 부족한가부다 ....
옆에 할아버지네는 호박잎이 크고 청녹색깔로 성성하니 기름져 보이는데 우리것은
크기도 작고 색깔이 뇌란끼가 언듯 보이는게 ,,,,영양실조가 의심 된다
거름이 모잘르니 웃거름이라도 더 주어야 겠다고 다짐다짐 ..
아욱은 가위로 잘라가면 또 자라있고 있고 ,,작년엔 몰라서 뿌리째 뽑아 한번 밖에 못 먹었다 ㅋ
못살아할머니께 배운것도 있으니 아주 엉망은 아닌 셈이다
누가 또 들어가 할머니 구완을 잘하고 있는지 ...아주 못한 현실이라고 해도 뒤 돌아 보면
추억이 되는가..
요한씨는 밀집모자를 쓰고 감자밭을 고르고 있는데 땀을 철철 흘리고 있다
ㅡ 자기야 웬땀을 그렇게 흘려 ?몸이 부실해 진거 아녀
ㅡ 밭일하는데 땀나는거 당연하지 쓸데없는 소리
싸가지고 온 수박 조각을 먹는데 밭에서 먹으니 더 달디 달다 ㅎ
요한씨가 또 쑥갓꽃 밭을 뒤집는단다
ㅡ 아니, 좀 냅둬요 꽃좀 본다는디 왜 자꾸 뽑는디요 내가 꽃 좀 본다니께 !
머쓱 돌아서며 딴일을 찿는다
또 그 소리가 들린다 꺽꺼이 꽤 엑 ~~~
좀 심각하게
ㅡ 이게 진짜 뭘까 ??
ㅡ 아 ~ 꿩 !!
ㅡ 꿩일까 ?
ㅡ 봐라 꿩, 꿩 하쟎아
ㅎㅎㅎㅎㅎ 진짜 꿩꿩 하네 꿩인갑네 ㅎㅎㅎㅎ
꿩이다 ~~♬
막둥이한테 고춘잎좀 따라하고 쑥갓꽃 넉넉히 잘라 끈으로 묶는다
아랫밭에 이름모를 하얀 꽃밭엔 나비 몇마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우리 옥수수밭은 개꼬리들이 나오고 이제 옥수수 달릴 일만 남았는데 옆집밭에 키 작은
옥수수에선 벌써 옥수수가 달렸다 조생종인가 ,,,옥수수 수염 풀어진게 연하니 이쁘다
고구마 줄기는 언제부터 먹는지 알아 봐야지
오이는 서너개 달리고 가지도 손가락 두마디 만큼한 게 몇개 달려 있다
바야흐로 결실의 7월이 성큼성큼 걸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