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밭으로 갔다
평일 이었지만 마음이 급해서 비오고 추워질지도 모르는데 남편을 채근해
오후에 시간좀 내 달라고 했다 금요일에 비온다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가서 밭을 봐야 되겠다고.
3주가 다 되가도록 못 와 본 농장은
휘엉하니 찬바람이 불고 주말이 아니라서 두어 사람이 배추를 거두고 있었다
묶어 논 배추도 있고 마음대로 벌어져 자라는 배추도 있네
무잎들은 성장을 마쳐 시들시들 꺽여져 있고
민희아빠 ㅡ 으잉, 배추가 없네,,,,
ㅡ 배추가 없다니 뭔말이야!!
놀래 한달음에 가니 고스란히 크게 자라 고대로 고자리에 자알 있다
^^*
배추 수확한다니 차에서 민희아빠 낫을 꺼낸다
낫은 무슨 소용 있냐고,,, 배추를 캘려면 호미나 모종삽이 필요하지
그러면서 각자 가져 왔는데,,아뿔사 배추는 호미 쓸 필요 없이
힘만 조금 끙 주면 커다란 배추가 뽑히고 그 뿌리,고갱이라고 하지, 를 깨끗히 자를 때 낫이
필요한거였다
ㅡ 자긴 어떻게 알아 해 본적 있어?
ㅡ 해보긴 상식이지,,
ㅡ ^^;;;;;
영차영차 배추를 다 뽑아 뉘어놓고 겉에 누렇고 벌레 많이 먹은 겉잎은 띈다
배추는 무농약이라 잔구멍이 많긴하다 이그 놀래라~ 커다란 성충 벌레들이 많이
보인다 무늬있는 갈색벌레 까만 벌레 반짝이는 청벌레 진딧물
내가 배추를 안고 있으면 민희아빠 밑둥을 낫으로 정리한다
어떤 배추는 속이 꽉 차 야무지고 단단한데
어떤 놈은 헐겁고 가볍다 생각보다 배추가 적다
20포기가 안되네 30포기 김장할건데 나머지는 사서 해야 할갑다
마트에서 주는 김치거리용 비니루 세 봉지 채우고
너무 작은 배추들은 봉지에다 따로 담았다
이번엔 무
무도 신나게 잘 뽑힌다 무시래기가 맛있는데 시래기는 버렸네
다 사그라져서 띠어 버리고 무만 담는다
친정아버지가 주신 무 종자는 작은 무였다 크기가 작아 좀 실망할려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 단단학고 동글동글한 모양이 어찌 귀여운지 콧노래가 나온다
얼었을까 걱정했는데 한때 영하의 추위에도 흙속에 있어 건재한가 보다
무는 일반 마트봉지로 두 봉지 열 몇개 되었다
수확물이 많지않아 일이 금방 끝났다
배추껍데기 널부러져 있는 밭을 둘러 보며 싸가지고 온 따뜻한 녹차를 마신다
농장지기아저씨네 굴뚝에선 푸른 연기가 퍼지고
서쪽하늘엔 푸른 구름이 지는해를 배웅하고 있다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웅숭거리고 있는 배추밭과 다 파장나 널린 옷가지처럼 배추잎들로
덮혀있는 빈 밭들이 쓸쓸하다
별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묵직하고 탐스런 먹거리가 주어지다니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이다
이제 나르는게 문제다
이걸 어떻게 나르지 차까지,,,,
내가 밭 중간까지 갖다 주면 민희아빠가 차있는데까지 가져 가기로 했다
아이구야 무거워라 !
영치기 영차 끙끙
거의 다 날랐을즘 저쪽에 배추나르는 아주머니를 보니 외바퀴 수레로 배추를
느긋히 나르고 있다 아차 저게 있었지 내년엔 양이 많을테니 저수레로 날라야지
맘 먹는다
앞서가는 민희아빠 무거운지 한번 내려 놓는다
ㅡ 덕쇠야 빨랑빨랑 나르지 모하느냐 해저무는거 안보이느니 !
게으름 피면 저녁밥은 없는지 알그라잇
ㅡ 저녁밥 묵을 때 많다이~~
ㅡ 니 밥 묵을때 한군데 뿐인거 안다이
ㅡ 치워라 카마!!
ㅋㅋㅋㅋㅋㅋ
차 뒤 트렁크, 뒷자리에 텃밭 마지막 수확물을 가득 실고 돌아 온다
무공해 배추라고 자랑을 했더니 수확할때 배추 한포기만 달라고 했던 옆동네
친구집에 배추하고 무 좀 떨궈 놓고 집으로 돌아 왔다
올해 농장일기가 끝났네요 ^^
알량하게 5평 텃밭농사고 농사라는걸 그냥 맛을 본 한해였어요
긴 장마로 고추,오이,일반토마토는 제대로 못 거뒀고
방울 토마토, 상추,감자, 고구마등은 정말 기쁘게 수확을 했지요
배추, 무도 이만하면 성공입니다
들인 공이 한술이면 싸가지고 나온 농삿물은 그 열배는 되는 거 같았네요
경제적인 걸로 따지면 투자한 금액과 생산한 농산물의 금액 대비로 대강 해 봤는데
유기농이라해도 많이 소득을 본건 아닐테지요
그래도 내년에 다시 하고 싶은 이유는
직접 농사 짓는 즐거움이 크기때문입니다
흙에다 씨앗을 심고 키워서 보는 기쁨이 크네요
내년에 두번째 유기농 텃밭일기도 많이 기대해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