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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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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 9ㅡ 밭의 얼굴은 12번 변한다


BY 초록이 2009-08-03

 

새벽부터 울어대는 매미소리  까치소리 요란한 한여름이다

 

방울토마토 따러 밭으로  Go !  GO!

잎까지 누렇게 떠 사그라드는 잎사이로 빠알간 앙징이들이 촘촘히도 방울방울 매달려 있다

삼일전에 한바가지 따서 잘 먹었구만 또 이렇게 딸것이 있구만싶고

옆집의 자매아줌니들이 농사짓는 밭에도 방울이 덤불속에 빨가니 보인다

여름들어 장마지고부터

무성해지는 풀때문에 아예 밭둑길이 사라지고 

주인의 손이 가지 않는 밭은 밭인지 초원인지 알아 볼수가 없는데

자매아줌니들의 밭이 그렇게 무성하니 잡초밭으로 변했다

 

부지런한 농부의 밭은 풀하나 없이

매끄러니 농작물만 보이고

게으른 농부의밭은

싱궈먹는 작물이 과연 뭣인지  모를정도로 잡초의 기세가 등등하구나

 

오늘따라 하늘도 흐린 날씨고  평일이지만 남편이 휴가중이라

작심하고 일하러 갔다

호미를 잡고 풀을 뽑는다

잡초도

잔잔하게 올라와 뿌리가 얕은 구엽기까지 한 놈들은 

 호미로 득득 긁기만 해도 삭삭 제거가 되는디

와 ! 보기에도 억세게 자리잡고 있는 어떤 놈은  뿌리를 짱박고

결코 안뽑히리라는 기세로 엄청 힘들게 하는 놈이 있다

나는 흥, 질소냐 내 호미맛을 보여주리라 는 매서움으로 가차없이 뽑고 던지고

승강이질  하다보면 어느새 온몸이 축축하니 땀이 흐른다

밭정리를 어느정도 하다보니

가을 배추, 무 심을 궁리를 할때가 된거 같다

몇일전에 관리인 아저씨가 밭을 골라 놓고 퇴비해놓고 배추 심어야 된다고 하셨지

다시 가 조언을 구하니

퇴비 ,비료, 진딧물 퇴치약,뿌리 갉아 먹지 않는 약을 섞어 밭을 골라 놓고 까망비닐을 씌워 놓으라는

이야기

아저씨네 주변은 여러가지 구경거리가 많았다

노란꽃을 피워 낸 수세미가 주렁주렁,하얀 조롱박이  대롱대롱  

울퉁불퉁 거친 몸집의 여주가 매달려 있고

따뜻한 주황빛깔 꽈리덤불도 한자리 차치했으며

언제봐도 그 깨끗하고 쿨한 이미지로 소박한 감동을 자아내는

도라지꽃밭이 있었다

그윽하게 흰빛으로 피어난 그 얼굴도 아름답지만

피기전 몽글몽글 사각의 주머니 모양의 부푼 작은 봉오리가 더 고와 보인다

 

퇴비한푸대를 외발 수레로 밀고 와 다시 우리밭으로 왔다

남편이  콩과 남은 작물외의   빈밭을 곡괭이로 뒤집어 놓으면 나는 호미로 잘게 부순다

잘 골라놓은 흙위로 검은  퇴비를 살짝 섞고 가루약 몇개와 전에 남은 비료를

조금씩 얹었다

다음엔 비니루 덮기ㅡ 공식용어론 멀칭하기라고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해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일을 마쳤다

 

점심이 너무 늦었나 보다

 늘  어김없는  나으 배꼽시계가 

꼬르르륵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