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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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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단지


BY 초록이 2009-02-09

 

작년  초여름쯤 엄마네 집에서 된장을 가져왔다

다른 반찬거리 없어도 맛난 된장찌게 하나 있으면

한그릇 뚝딱하는 나는

된장을 잘 보관하고 싶었다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기에 냉장고 한켠에 둬도 되련만

옛날 친정에서처럼 햇빛 쐬워 숙성 (?)시키고 싶은 바램에

작은 항아리단지를 일부러 사 와서리

가시 생기면 안되니까 양파망을 잘라서리 고물줄 묶어서 속덮개를

만들어 놓고 항아리 뚜껑을 덮었다

남향이라 볕이 좋으니 해날때 열어놓고 밤이면 덮고 하는데

어느날부터 깜빡 잊고 있었나보다..

 

시장에 가서 애호박을 보니 된장찌게를 해야겠다싶어

맛난 재래식 된장도 있겠다~ 룰룰루 돌아와 냄비에 물을 담고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애끼는된장을 뜨러 베란다로 간다

쭈그리고 앉아 단지뚜껑을 열고

속양파망을 여는 찰나 모시가 꾸덕꾸덕 붙어있다!

이크  !!!  ... 이게 뭔가

화들짝~ 놀래부러 멀찌기 떨어져 살피니...

에그머니 가시가 생긴거다 !국자고 그릇이고 던져 버리고

화다닥 주방으로 도망와 놀랜가슴 진정시키며 생각허니

며칠전에 비가 왔는데 뚜껑을 안덮은 거고 방충망사이로 들이친 비가

단지로 들어 갔던거 같다

우왕~~~~~~~우짜지? 불안,황당, 난감

ㅡ여보 ,일났어 빨랑 와봐

안방에 있던 남편

ㅡ....왜?

ㅡ 장항아리에 구더기가~~~~

눈 왕방울만해지며

ㅡ 뭐?? 무신소리야

ㅡ 빨리 어떻게 좀 해봐~ 비가 들어 갔나벼 ..

딱 잘라

ㅡ 못해! 당신이 알아서 해 난 못혀!!

ㅡ 으~~~난 진짜 못해 난 벌레공포증이쟎아 빨리 처치해야돼

안방으로 기어 올라가면 어쩌~~~~~

이도저도 못하고 동동 거리고 있는데

그래도 가장이라고 어느새 베란다로 간다

옳거니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

ㅡ 없어  벌레 한마리 없는데 ..잘못 본거 아냐?

ㅡ 분명히 있어 한두마리가 아니고 많았다고~

ㅡ읎는데...(이어서 들리는 짧은 비명소리) 어쿠!

ㅡ 있지..

ㅡ 나무깔개아래로 들어가 숨어 있어!

 

 

 

 

 

한동안 조용하다

 

 

 

 

장하다   **아빠 , 늠름하다 **아빠 ㅎㅎ그렇게도 묵묵히 거사를

치르고  의연히 모습을 드러 내시는 구나(존대말이 저절로)

ㅡ 으이휴  고것들 잡느라고 술래잡기했네

을마나 도망을 잘가는지 또르르 또르르 굴러 다니네

(근데 구더기가 동글한게 통통해 그렇게 역겹진 않았던거 같다 오랜만에 봐서인지..)

ㅡ 여보, 당신 대단한 사람이야 넘 훌률하당

맘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존경심을 마구 쏟아내는 나 ㅋㅋㅋ

 

그 아까운 된장은 다 버리고

새로 산 된장단지는 깨끗이 씻어 엎어져 베란다 한쪽에 치워지고

된장독 관리도 쉬운 일은 아니넴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