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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의 추억 9ㅡ엔딩


BY 초록이 2009-01-08

 

내나이 스무살 초반쯤 외할머님을 뵈러 갔다

 

할머니는 머리감기가 힘드셔서 커트로 흰머리를 자르고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많이 기운이 없는모습에  머리모양이 좀 생경스러워 안타까왔다

할머니는 목소리가 커지셔서는 할아버지한테 말대답을 뭐라뭐라 많이 하는데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는 잘 못들어 대꾸를 못하고..언잖은 기색만..

할머니는 이러니저러니 불평말을 하시는건데 

아마  더 젊으셨을때는 우리가 몰랐던 인고의 시간들이 있으려니 짐작할뿐

ㅡ언젠가 이모님들이  하는 흥분된 소리를 지나는 길에 언뜻 들었는데

아마 할아버지가 밖에 다른 분을 두고 만나러 다니셨던 거 같다... 

우리 아버지세대 그위로 가면 진짜 일부(婦)종사한 사람들이 드믄거같다

내가 그시절에 태어났다면  그 질투,아니 정당한 분노를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싶다

순리로 받아들이며 네네 밥상차리고 이부자리 깔아주고 할수 있었을까?

아님 칼부림으로 너죽고 나죽자로 나가 못된 여편네로 소박신세가 됐을까나 ㅋㅋㅋ

시앗을 보면 부처님도 돌아 앉는다고 했는디.. 우리 조상여인네들은 유교의 설익은 가르침으로

팔자려니하며...한많은 시간들을 인내하며 살았을테고..휴우~~~

 

채송화꽃을 사랑하셔서 마당 한가득히 꽃을 심어놓고

마루에 앉아 가는 눈웃음으로 바라 보던 할머니

내가 대학을 때려 치우고 젊음을 낭비하고 있을적에

위에 언니가 있어도 먼저 결혼할수도 있다고

나름 걱정되셔 결혼을 종용하던 할머니

 

돌아가시기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비치실적에 예수님을 소개하지 못한게 가장 후회스럽다

모호한 신앙과 미래에 대한 방황으로 굳건하지 못할때이기도 해서...

 

할머니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

늘 대학생일것만 같던 외삼춘이  결혼했고  아들딸 낳아  그 아이들이  이미 성년이고

늘 우리들 친구같고 대빵같았던 막내이모도 결혼해서는 두아들을 두었고  청년이 되어 있다

작년 아버지 칠순잔치에 한꺼번에 모두 만나 뵙긴했는데

짧은 시간에 편안히 담소나눌 분위기는 안되어서 아쉬웠지

 

사는게 바빠 자주 보지 못하지만 미숙이, 그 동생들, 이모서껀 

아무 걱정없이  놀고 먹고  지내던  그 시절에

한편한편의 추억을  가슴한켠에 담고 오늘도 살고 있겠지...

 

내가 나이먹어 팔순할머니가 되면 

오늘 사십대를 또 아련히 따뜻히 추억해가며

두꺼운 돋보기를 걸치고 

아컴 글방에 글을 쓰고 있을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