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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의 추억 7ㅡ도색잡지


BY 초록이 2008-12-28

 

외할머니는 작은 키에 허리가 많이 굽으셨지만 갸름한 미인형에 단아하신 분이었다

할머니의 두째딸인  우리엄마는 체구가  있으신 편이고 얼굴도 동그스름한 형인데..

할머니는 그당시는 숱적은 머리를 곱게 쪽짓고 계셨는데

머리 단장할적에 옆에 앉아 볼라치면

그머리는 얼마나 길던지...

참빗으로 피마주 기름을 발라 빗는 데

숱적은 머리가 길고도 길었다

정성껏 빗질을 해 비취색이 도는 짧은 비녀로 찌르면 끝나는데

그 과정은 또 어린 나에게 호기로운 것이어서

열심히 관람을 하곤했다

 

할머니는 옛날분답게 불교의 생명존중 의식이 있으셔서

뜨거운 물도 수채구멍으로 함부로 버리지 않으셨다

땅속 생명 죽는다고..지렁이같은..

 

할머니네는 대학생 삼촌이 있어서인지 잡지같은것이 굴러 다녔다

겉지가 요란한 글씨와 컬러로 장식된 잡지 ㅡ썬데이서울같은거라고 추측되지

난 심심할적에 열심히 탐독을 했다

삼류잡지답게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구절들이 사뭇 많았고

이해한거 그거대로 이해 못한거는 그게 뭘까 하며  고민이  되기도 했지

집에 할아버지 손님이 오셨는데 할아버지께서 내자랑을 하신다

저 아이는 뭐든지 읽으며 공부한다고..

조금 계면쩍었지만 미소를 지으며 인정하는 나 ㅎㅎㅎ

 

나중에 중학생이 되어서 단짝친구의 친구인 희경이네집에 셋이 모여 놀게 됐는데

걔네집에 야한 그림이  있는 잡지가 있었다

완전 선명한 컬러로 종이도 질좋은 고급 책이었는데

온통 누드다..

우리는 깜짝 놀라 충격적으로,호기심에 차서 서로 놀라와 하며

혹은 킥킥거리기도 하며

다 본거 같다...

그리고는 셋이 거울을 쳐다보며

망연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 봤던 기억이 있다

희경이는 미안시런  얘기지만ㅡ 피부는 하앴는데 콧구멍이 좀 들린편이라

늘 마음속으로 흰 돼지를 연상하곤했는데

물론 한번도 돼지라고 놀린적은 단연코 없다

 

어른들은 저속하거나 성인용잡지는 아이들 손 안닿는곳에 두어야한다

지금도 그 자극적이었던  묘사 한 두구절이

머리속을 왱왱댈때가 있으니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