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엔 냉장고가 없었다
찌는듯이 더운 여름날인데
김치가 쉬니까 그래도 더디 쉰다는 양배추김치를 해서
셔서 버릴까 막내이모랑 김치통을 들고
집에서 좀 떨어진 물웅덩이..연못이라기엔 좀 작아서..로 가서
물가에 위까지 차지는 않게 잘 들여 놓는다
" 요즘에 냉장고 없는 집이 어딨다고..투덜투덜 "
그당시에도ㅡ70년대, 냉장고는 긴요한 물건인지라 시골까지도 잘 보급이 되었나 보다
" 목장집에도 있고 순영이네도 있고 정자네도 있는데 ..힝힝"
이모는 할아버지께 불만이다
외갓집은 정면에서 볼적에 집 양쪽에 긴 스레트를 덧대 처마를 만들어
공간을 뒀는데 왼쪽편에는 시골 농사도구나 짐을 놓았고
빨래줄도 그 안에 쭉 매 놓았다
해는 들이고 비엔 젖지 않게 말이지
미숙이는 막내동생 훈이를 데리고 왔고 나는 막내 경아를 데리고 온 때
우리는 엄마인양 동생 옷빨아 입히고 같이 놀고 보람차게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다
오후에 빨래를 걷어다 갤적엔 참 재미 있었다
바삭하게 마른 보송한 빨랫감들을 접어서 우리 구역에다 잘 정돈해 놓고
또 벗겨서는 빨러 나가 펌푸질 해가며 차가운 지하수로 빨래를 한다
이모는 내칭찬을 한다
동생을 잘 거둔다고 ~~~?!
미숙이랑 똑같이 한거 같은데...어쨌든~ㅋㅋ
또 하나 나의 호기심과 지극한 관심을 끄는것은 달걀줍기다
집 뒤울에 가면 아님 왼쪽처마 가마때기있는 곳 사이사이를 보면
짚으로 바구니모양으로 아늑하게 된곳이 있는데
그곳은 3~4마리의 장닭들의 알낳는 장소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 비밀스럽고 환희의 장소를 순례하는건 빼뜨릴수 없는 우리들의 일과다
" 와, 있다잉"
살짝 잡아보면 따뜻한 갓 낳은 알
알 줍는 일은 어린 나에게 기쁜 일이었다
그 신선한 알들은 주로 계란찜이 되서 밥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