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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의 추억 4


BY 초록이 2008-12-23

한번은 국민학교 고학년 때일것이다

겨울방학을 하고 며칠지난뒤 엄마가 하는 말씀이

외할머니가 아프시니  가서 할머니 좀 도와 드리라고..

가보니 사촌들이 아무도 안왔고

외삼촌이랑 막둥이이모까지 없다

불때서 밥하는거 도와드리고

 ㅡ 내가 장작불을 어떻게 때서 밥을 했는지

반찬을 뭘 만들어 드렸는지 영 기억엔 없다 감감

하여튼 부엌에서 왔다 갔다 행주짜고 했던 생각은 나니까 ㅎㅎ

 

집옆으로 가랑잎이 온통 덮힌 산자락이 있고

앙상하고 마른 겨울나무들이 즐비허니 쓸쓸하고

흰눈이 솜털처럼 하나둘 날리라치면

작은 소녀도 어찌할수 없는 감상에 젖어 드는것이다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제목은 모르고

노래라든지 또 새야새야 우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하는

청승맞은 노래가 있는데 그건 또 왜 그리 심금을 울리던지

보자기를 쓰고 나가 숲을 헤매 다니고

나름의 감상에 푹 젖어드랬다

 

 눈이오면 100미터 쯤 오른쪽 옆으로 떨어진 김치꽉이 있는데

ㅅ자모양의 짚으로 덮어 놓은 ㅡ글로 김장김치를  꺼내러 간다

알타리김장은 시금시금하니 아삭한게 얼마나 맛이 들었던지

한바가지 꺼내놓고

얼음이 살살 얼은 동지미는 또 갓과 어우러져 맛이 삼삼하다

 

지금은 따뜻한 방에서 코앞김치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니

옛 생각이  더욱 새록새록하다

 

깊은밤 긴 겨울밤동안에 군것질은 동지미무 길게  썰어 놓은것이 한 몫했다

아니면 장농뒤 저장해 놓은 생고구마  깍아 먹기,구어먹기

 

외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운 분이셨다

나중엔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셨는데 그당시는

텔레비젼이든 라디오든 왕왕 크게 틀어 놓고 보신다

아침마다  놀래서 번쩍번쩍 잘 일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