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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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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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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BY 솔바람소리 2009-05-08

머릿속에 나사가 몇 개 빠진 것 같다.

마음 공간이 현저하게 좁아진 듯도 하다.

몽롱한 상태로 기억력이 부쩍 사라져가지만

내가 안고 가는 문제의 본질은 끄떡없이

요지부동 뇌리 속에 고정되어있다.

 

잊자, 차라리... 나도 잊어버리자.

남편만 무능하다고 탓하지 말자.

 

어떤 이유거리를 대더라도 나 역시 구차한 변명과

핑계를 열거하며 살아가는 모지란 인간이란 사실을

깨달았으니...

 

더는 요란스럽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악다구니 치며 지랄방광을 떨던 기력이 소진된 듯

목소리에 힘을 빼고 열 마디 할 것을 반의반으로

줄였다.

 

가장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남자에게 일깨움을

주겠다고 늘어놓았던 잔소리가 소귀에 경 읽기보다

무모한 짓이란 것을 알았다.

차라리 벽을 보고 말하는 것이 낫지 싶었다.

대신,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다른 곳에 터트리며

살아가고 있다. 아니... 그 또한 내가 살아가야하는

이유이기에 임전무퇴로 매번 해결해야하는 일과

연관된 사람들과 전쟁을 치루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남편이 일을 벌이고 뒷수습을 못한 관계로

국민연금 공단과 담판을 져야 했고 의료보험 공단과

실랑이를 벌여야했다. 그리고 국세청에도...

며칠 전에는 자동차보험 마감이 임박해서 가까운 지인에게

대납을 부탁해야했다. 그날도 역시 술에 떡이 된 인간이

친구 와이프에게 보험을 들었어야했다며 별별 개소리를

늘어놓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자격증이 없으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일의 특성상

그 중요한 것을 지니지 못한 남편이 무슨 배짱으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위장취업을 시켜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벌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며 방관했던 것들로 곳곳에서 과태료와 벌금,

압류들이 들어오곤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생활비조로 받은 것이 고작해야 백만원정도...

아이들 한 달 교육비 정도였다.

돈 벌면 제 카드 값 갚기에만 급급한 사람.

 

무슨 면목으로 가족 앞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 이해가되지 않았다.

차라리 모자보건으로 혜택을 받고 살아갈 테니 위장이혼이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말 같잖은 소리’라고 발끈 했다.

그런 말 같잖은 소리를 오죽하면 꺼냈을까, 헤아려 달라고

말해봤자 뭔 말인지 이해도 못할 위인.

 

내가 도대체 여기서 왜 이러고 살고 있을까?

 

남편은

여자는 아이들을 잘 건사하며 가정을 제대로 꾸려가야 한다고

부르짖는 사람이다.

화장실, 싱크대, 집안 구석구석, 깨끗이 해야 주부라고 했다.

밥은 식구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차려줘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을 나 혼자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결코 가까이에서 늘

붙어있는 가까운 사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의 몫까지

대신하며 살아왔다. 지금껏.

그런 인간 ‘사람’좀 만들어 보겠다고 치열하게 싸우고

달래고 설득하고 협박하고 별짓거리 다했었다.

작심 24시간도 힘겨웠다.

 

"뻔뻔스럽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거야?.........생략............."

 

언변에 있어서 뒤지지 않을 내 입으로 콘크리트같은 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무릎을 꿇었다.

 

천성이 나태하고 책임감과 계획이란 것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를 헤어지지 못하고 살아야 될 바에 어쩌든 간에

이해란 것을 해보고 싶었다.

분명 내게도 잘못이 있을 것이라며 나를 되짚어 보려고 애를

썼고 그도 안되니 차라리 정신을 딴 곳으로 돌리려고도 했다.

현재도 그런 상태는 마찬가지...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주지 못한 아이들에게 더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나만 참으면 되려니... 결코 나도 잘난 것이 없는

인간인걸...

 

복잡한 심정이 될 때마다 되씹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꾸 지친다.

내 한계가 여기까지가 아닐까, 포기하고 싶다.

내 입으로 나오는 말들이 점점 구차하게 여겨져서

주변사람들에게 조차 입을 닫게 된다. 입을 열어도 쓸데없는

것들만 주절대고 있는 나를 느낀다. 떠들면서도 공허함을 느낀다.

 

자고 일어나도 묵직한 마음, 머리...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현재... 이 순간, 주변을 인식하지 않고

남편을 향해서 거하게 욕을 해대고 싶고 온몸을 뜯어내주고 싶다.

이러고 사는 것이 점점 부끄럽다.

나 바보다~!

나 병신이다~!

자랑하는 것만 같아서 이런 하소연 글조차 울화통이 치밀고 만다.

 

누구에게도 떳떳한 삶을 살아가기가 이다지도 힘들줄이야.

떳떳...은커녕... 구차와 비굴이 궁극적으로 치닫은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든지 보내고 있던 아들의 학원을 담 달부터 끊자고 했다.

중3인 녀석에게...

이런 무능력한 인간으로... 그래도 살아가야 한단 말인지...

 

"당신은 언제까지 그러고 살거요?"

 

하는 환청이 들리는 듯 하다. 그래서 부끄럽다. 자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