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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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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을 먹다.(3)


BY 솔바람소리 2009-04-01

(저를 그동안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제 자신을 스스로 들볶는 저를 아시지요?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끝을 맺지 못한 것이 늘 걸리고 말아요.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오늘 언제 글을 올리게 될까 자신 할 수가 없어서 몇 자

끄적여 놓은 것을 우선은 올려 놓을께요. 짧아도 이해해주시구요...)

 

 

 

깡패라고 불려 졌던 별명을 지니긴 했으나 까탈스럽고 짧은 식성을

지녔으며 비위까지 제대로 약했던 식성만큼은 제대로 조신한 여성(?)을

지녔던 내가 지기 싫어 오기처럼 받아든 가래떡을 녀석의 시범 앞에서도 선뜻

입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왜 달랬을까, 후회해도 소용없는 입으로 딱딱하게

굳은 떡의 끝을 살짝 떼어내어 앞니로 깨작깨작 씹는 것을 녀석이 의외라는 듯

바라보았다.

 

“웃긴다, 너. 개구리 뒷다리를 입에 넣고 다닐 것 같은 게...”

 

헉, 이었고 허걱하고픈 녀석의 어이없이 날아든 말 펀치 한방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어떤 행동으로 비춰질진 익히 안바있었지만 그래도 모양새는

치마를 즐겨 입고 빨간 구두를 즐겨 신었으며 긴 머리도 다양한 모양으로

묶고 다녔기에 친구들에게 ‘니네 집, 의상실하지?’라는 부러운 말을 여러 번

들었던 멋쟁이었건만 그런 내게 어딜 보고 개구리 뒷다리를 물고 다닐 것 같다는

망말을 읊조리는지 불끈한 마음으로 녀석이 줬던 가래떡을 ‘옳다구나!’ 그 놈을

겨냥해서 던져버렸다. 그리고 녀석을 맞고 떨어진 떡이 얼어버린 땅바닥에 뒹구는

것을 통쾌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내게 맞을 때도 보이지 않았던 굳은

표정이 되어 ‘지지’가 되어버린 떡을 줍는 것이 아닌지... 경황한 나는 놈이

하는 짓을 그냥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 굶은 적 없지.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벌 받는다고 했어. 알아? 내가 아껴서

먹는 것을 잘라줬는데 안 먹으려면 말 것이지 왜 버려.“

 

녀석이 콧바람을 쌩쌩 거리면서 소중한 것을 다루듯 떡을 살피며 말을 했지만

나도 상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새꺄, 어딜 봐서 개구리 따위를 입에 물고 다닐 것 같어! 말이면 단 줄

알어?“

 

“치마만 입으면 여자냐? 넌 뱀도 물고 다닐 것 같어.”

 

버럭 지른 내 말에 뒤지지 않고 녀석도 목청을 높였다. 상황이 그쯤이면

거침없이 주먹 쥔 손으로 머슴아들을 가격 했던 나였고 그 순간에도 그러고 있던

내 팔이었다. 한 대를 때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또 한 대를 때리려는데

녀석이 더는 맞을 수 없다는 듯 원더우먼이 별모늬 팔찌 찬 손목을 치켜 올리듯

공격을 맞고 섰다.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고 했어. 그래서 참는 거야. 씨이~!”

“얀마, 니가 때리면 내가 맞고만 있을 것 같냐? 덤벼봐 콰아악!”

“니가 성질 드럽다고해도 나도 맞고만 있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정말 참는다.

우리 아빠 때문에 말이야.“

 

자식이 맘에 드는 구석은 없었지만 제 아빠랑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내가 지니지

못한 그것만은 부러운 마음이었고 결코 나와 싸울 의사가 없음을 분한 얼굴을 하고도

참아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에 또 다시 끝장을 보지 못한 찝찝한 심정인 채로도 더는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놈이 그동안 내가 알고 지내던 찌질한 놈들과 사뭇

다른 구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채였다. 어릴 때부터 남자라면 때론 동생들조차

색안경 끼고 바라보던 나였다. 여자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폭력을 일삼는 못된 말 종들로

치부하며 여자라고 맞고만 있지 않는다는 병적으로 지닌 오기로 때론 치마를 입은

모습으로도 내 배알을 제대로 뒤틀어 버렸던 놈들과 바닥을 뒹굴기도 불사했던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나도 어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