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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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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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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와...(지을 제목이 마땅찮음)


BY 솔바람소리 2009-02-23

“엄마는 저랑 해피랑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해주실

거예요?“

 

얼마 전부터 학원 시간표가 바뀌어서 월요일엔 수업이

없다는 딸과 종일토록 붙어있었다.

토요일, 찜질방 풀장에 다녀온 후 목주변이 가렵다는 통에

피부과엘 들렀고 아들의 수강비를 내기위해 들른 학원에도

함께 동행 했던 딸과 시장까지 들러서왔다.

 

좋은 것만 닮았으면 좋으련만 나의 시샘 많은 것까지 닮은 딸은

제 오빠가 없는 월요일에 엄마와 둘만의 여가를 꿈꾸었는지

아침 일찍부터 놀이동산을 운운하며 졸라댔지만 밥순이 엄마는

아들이 잠시 짬내어 들르는 점심시간을 못 지켜주면 큰일이

날것만 같아서 핑계 이것저것을 둘러대고 말았다.

 

휴일에 변변한 곳 한번 제대로 데리고 다니지 못한 죄인이다 보니

말해놓고도 미안해서 부쩍 관심 갖는 요리를 함께 해보자며

부추전 만들 재료들을 사온 터였다.

 

급한 성질까지 닮은 두 여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놓은 부추다발을

막막하게 바라보다가 하나씩 들어 올려 다듬어 대던 중에 엉뚱함의

지존격인 딸이 드뎌 입을 열기 시작한 거였다.

 

엄마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앙증맞은 강아지 해피가 언젠가는 세상에서

제일 좋고 그다음에 엄마가 좋다던 딸래미에게 받았던 섭섭함을 되돌려

줄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어서 입을 열어 대꾸해줬다.

 

“난, 해피를 젤로 사랑할 뿐이고~

해피도 세상에서 엄마를 젤로 사랑할 뿐이고~

누구처럼 나도 해피 담으로 딸을 좋아할 뿐이고~

굳이 대답 안 해도 알테지?“

 

계산 확실한 엄마의 대답이 제 기대에 못 미친 것을 표현하고픈지

잘 다듬던 부추 머리를 과하게 다듬더니 결국 끊어먹고 만다.

 

“헉! 실수...ㅎㅎㅎ”

 

결코 실수가 아니었을 딸의 행동과 살짝 나온 입이 걸려 맘 약한 엄마는

바로 변명모드로 돌입해야했다.

 

“엄만 해피를 사랑하지만... 만약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인 너와 해피,

둘 중에 꼭 하나만 구해야 된다면 분명 해피보다 널 구할 엄마지!“

 

결국 엄마의 사랑을 확인한 딸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부추 다듬는 곁에서 저도 한몫 거들듯이 앉아있던 해피와 눈이

마주친 순간, 물기가 고이는 녀석의 똘망한 눈이 또 걸리고 말았다.

(아... 젠장... 이젠 난 강아지까지 맘에 담고 사는 신세다.)

 

“해피야! 엄마가 말이야, 누나를 구한다고 했던 건 말이지, 넌 개잖어.

개는 헤엄을 잘친담서? 그러니까 혼자서도 물 밖으로 잘 나오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해피를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둘의 마음을 달래고 계속해서 부추를 다듬어댔다.

 

“엄마는 친할머니랑 아빠랑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하실거에요?”

 

“...!... 둘 다 구할거야”

 

“꼭 한명만 구해야 된다고 하면요?”

 

“그냥 둘 다 구할 수 있어.”

 

“어떻게요?”

 

“엄마가 빠져서 튜브가 되어주면 모두 살릴 수 있다, 뭐.”

 

“아아! 엄마가 헤엄 잘 치시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헉, 야 지지배야, 엄마가 냉탕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잠수해서 좀 떠있었다고 수영 잘한다고 하면 안되지.“

 

“어쨌든 엄마가 물에 떠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건 말이지, 뚱뚱한 사람은 그냥 가만있어도 물에 떠.

기술이 아녀.“

 

엉뚱한 질문에도 성의를 다하려 하지만 변변히 조심스럽다.

그리고 또 어떤 질문이 나올까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좀체 줄어들지 않는 부추 다듬기가 더한 막막함으로 다가왔다.

 

‘괜히 메뉴를 부추전로 정했나? 차라리 파전으로 할걸...

그것도 실파, 쪽파전이 아닌 대파전으로 했다면 다듬기 수월했을

텐데 말야.‘

 

다듬어도 줄어들지 않는 부추가 원망스럽단듯 궁시렁 거리는 딸을

마주한 내 머릿속으로 뱉어내지 못한 말들이 둥둥 떠다녔다.

 

“엄마 장래희망을 확실하게 정했는데 뭔지 아세요?”

 

“이번엔 뭔데?”

 

“체육선생님이요.”

 

“며칠 전에는 그거 아니었잖아. 하도 바뀌어서 이제 네 장래희망이

헷갈려.“

 

“아니에요. 이번에는 진짜에요. 근데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해요?”

 

“운동을 잘해서 특기생이 되야 겠지만 기본 국,영,수,사,과...고루고루

점수도 잘 나와야 될거야.“

 

“에이, 그럼 난 그냥 선생님 할래요.”

 

“그냥 선생님도 마찬가지야. 기본 성적이 좋아야해. 요즘은 성적이

좋아도 교사가 되기가 어렵다는데... 어쨌든 그 꿈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내 딸이 선생님이 된다면야 좋지.“

 

“왜 좋아요?”

 

“제자들을 가르치는 스승... 멋지잖아. 우리 딸은 선생님 되면

이뻐서 인기도 많을 걸?“

 

“.... 근데 엄마 선생님이 되면 무서운 선생님이 돼야 할까요,

아님 착한 선생님이 되야 할까요?“

 

“알맞은 선생님! ㅎㅎㅎ... 착한 선생님도 했다가 때론 엄한

선생님도 돼야겠지.“

 

“매를 때리면 학생들이 싫어하겠지요?”

 

“매를 왜 맞는지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겠지. 맞는 학생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는 매여야 할거야... 하지만...요즘은 자식만 옳다고

편드는 부모들도 많으니까 걱정은 된다.“

 

“아... 엄마 장래희망 조금만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

 

이제사 초등 5학년 되는 딸과 나눈 대화를 밖에서 누군가가

엿들었다면 우리를 사범대 졸업을 앞둔 모녀로 짐작했을게다.

수시로 변하는 딸의 희망, 그때가 한창 그럴 나이란 것을 알면서도

드는 욕심이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세련+확고+무난한 직업을 꿈꾸며 목표로

삼은 일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기를...

나처럼 틀에 박힌 무능력한 여자가 아닌 멋진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딸을 향한 마음이 극세사 담요처럼 포근하며 온돌방처럼

따스한 포용력 넘치고 적당한 능력까지 겸비한 남자를 남편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내 딸만큼은 누리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요 며칠 정신 줄을 어디다가 잃었는지 정리되지 않는 통에 환장하겠다.

내가 뭐라고 주절거리는지...그조차도 정리되지 않는다.

얼른 헐벗은 나무들이 싹을 틔우며 초록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다듬은 부추에 오징어를 썰어 넣고 부침개 몇 장을 부쳐서 저녁 상에

올릴 수 있었다. 오징어를 싫어하는 아영이를 위해 아빈이가 자상하게도(?)

홀랑 오징어만 빼먹은 부침을 아영이가 조물조물 먹어댔다.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것과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새삼 마음에 와닿았다.

 

누가 재촉하는 글이 아니건만 홀로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요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마음이 껄쩍지근했는지 뭔가 끄적거려 볼 심상이었지만

역시나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

어느 분은 개(犬)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글로 옮기던데 난... 내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슬슬 조급증을 일으키고 있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