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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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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삼촌(14)- 내 몸이 이상하다...


BY 솔바람소리 2008-12-12

 

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부는 밤이었다. 심통이 났는지 창문을 두드리는 위력이

부서 버릴 것도 같았다. 막내가 잠자리에 든 시간이 평소보다 늦은 9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특별한 일 아니고는 그 시각에 우리 집은 내 방 외에 모든 불은 꺼놓고

있었다. 룰(?)을 깬 집 안이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10시가 다된 그 시각에 나는 동생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응접실에 ‘ㄱ’자로

놓인 소파에서 그와 조금 떨어져 앉아서 눈은 TV를 보고 있었지만 뭘 보고 있는지

도통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왜 가신다더니 안 일어나세요? 벌써 시간이 늦었는데. 빨리 좀 가주실래요?

제가 피곤해요.“

 

인내하려 애쓰며 나는 함께 있는 남자에게 우습게도 사정하는 꼴로 간간히

말을 붙이고 있었다. 나와 나란히, 하지만 한자리 띄어 앉은 남자가 소파의

팔걸이 쪽으로 턱을 괘는 여유까지 부리고 앉아서 TV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아니 짐작도 못했다. 그와 내가 ‘우리’가 될 줄은...

웬수가 될 줄은... 평생 보채고 살줄은... 처분(?)만 바라는 드런 삶을 살게

될 줄은... 나를 좋다고 목메는 민혁이 사준 ‘인형’이 아이러니 하게도 그와

나의 연줄을 잇는 매개체가 될 줄은...운명의 장난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겠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동생에게 화났던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민혁이 나를 닮았기에 샀다던 앙증맞은 멜로디 인형을

졸지에 사돈에게 뺏긴 밤을 맞게 됐지만 술에 취한 인간과는 상종하기 싫어서

관두자, 마음 돌려먹고 동생과 단둘이 저녁 먹고 난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을 쯤... 인터폰이 울렸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굴까?’ 나는 의아해하며 조심스레 인터폰을 받아들었고

뜻밖에도 수화기 넘어서 귀에 익은 사돈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그는 내게 인형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기다리라며 나는 밖으로 막내를 내보냈다.

그리고 곧 들어온 막내가 나갈 때처럼 혼자 몸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란

가슴이 다시 생각 없는 동생과 예의를 상실한 사돈에게 향한 화난 마음으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이 몇 초...

단벌신사처럼 볼 때마다 입고 있는 연한 아이보리색의 츄리닝 차림의 사돈이

냉랭한 나를 지나쳐서 제 맘대로 주방 쪽에 있는 식탁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동거를 제 맘대로 통보하던 인형을 식탁위에 아무렇게나 패대기치듯 내려놓던

그가 이번에는 가져 온 검정비닐봉투 안에서 병맥주 두병과 마른오징어, 과자들을

빼내더니 셋팅하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아뇨, 누나... 제가 안됀다고 그랬는데, 삼촌이 괜찮다고 억지로 들어왔어요...”

저를 째려보는 나를 바로 보지도 못하고 쭈뼛되며 움츠려든 동생이 말했다.

 

“이모, 화내지 말고 잠깐 앉읍시다. 오늘 밤은 혼자 있기 싫어서 그럽니다.

부탁 좀 합시다.“

평소보다 목청이 높은 사돈의 말투였다. 동생의 말대로 그의 몸에서

화장품 냄새 말고도 술 냄새까지 풍기는 것을 보니 취한 것이 분명했다.

어이가 없었다. 사돈의 무례가... 기가 막혔다. 그의 대범함이...

술 좋아하는 아버지의 딸로 자라다보니 술이란 놈을 일찍 꿰찬 나였다.

담백한 ‘이성’까지 안주삼아 쌈 싸먹고 마는 그것의 부작용을 너무도

잘 알기에 술 취한 인간이랑 상종은 아니 하던 나였다.

 

나도 학창시절부터 술을 좀 했던 몸이지만 이성을 쌈 싸먹기 전에

알아서 절제했다. 그리고 웬만해서 나도 술을 입에 대려하지는 않았다 .

그런 나를 만나야하는 남자들도 내 앞에서 만큼은 드런 놈의 술을

입에 대지는 말아야 했다.

사돈이 내가 만나는 남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술을 먹든 마시든

목욕을 하던 아무렇게나 살아도 나완 상관없지만... 술에 취해서 나를

찾지는 말아야 했다. 더더군다나 밤에는...

그런 예의가 충분히 넘쳐야 하는 어려운 우리들의 관계임을 사돈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좀은 놀라웠다.

 

“이게 무슨 무례에요? 어서 나가주세요. 제가 언젠가도 말씀 드렸죠.

이곳 사람들 입 싸 단거.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벌써 선영삼촌이 이 시간에 들어 온 거 누가 봤을까봐 신경 쓰이네요.

어서 나가주세요.“

 

말하는 나는 차분하고 싶었다.

 

“이모...오늘 내 생일입니다... 워낙 나란 놈이 생일이라고 뭐 별다를 것도

없지만... 하긴 집에 있을 때도 미역국도 못 얻어먹은 놈이라 더 서러울 것도

없었는데 오늘은 좀 그러네요... 사온 것만 먹고 갑시다.“

 

“!...”

 

잔뜩 쳐진 모습으로 세상 미련 없다는 듯, 사돈이 말했다.

며칠 흘러 가라앉아서 잊고 있던 그에 대한 연민이란 놈이 스물스물

내 맘속으로 피어올랐다. 생일이라면 보통 가족들과 모여앉아 축하를 받아야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야 했다. 그렇게 살아봤기에...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밤, 사돈이 내게 아픔처럼 고백했던 말들을 듣던 날... 나와 너무 다른

삶을 살아 온 그에게 내 생각은 머나먼 남의 얘기 밖에 안되는 일이란 것을

나는 이미 알게 되었다.

 

그의 궁상스럽다 못해 청승맞기까지 한말에 끓어올랐던

화가 주춤하며 ‘언니가 미역국은 끓여 줬을라나?’하는

생뚱맞은 생각까지 들게 했다.(나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짝에도 쓰지 못하는 오지랖을

끼고 살았다...)

 

나는 눈에 독기를 풀고 눈짓으로 동생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사돈의 맞은편에 맥주잔 하나를 들고 가서 건네며 앉았다.

내 잔도 한잔 가져오라고 그가 권했지만 술을 못 먹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내미는 사돈의 잔에 맥주를 가득 따라주었다.

 

“생일 축하드려요...”

 

내말에 동생도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30여분정도를 나와 동생은 과자를 먹고

사돈은 맥주와 오징어를 먹고 있던 것 같다. 사돈과 동생은 서로에게 익숙한듯

저들끼리 통하는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평소 8시면 잠자리에 들었던 막내의 눈에

잠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만큼의 시간이면 예의는 차렸지, 싶었다.

 

“삼촌... 미안하지만, 이제 우리 자야해요. 동생도 피곤해 보이고...

그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는데...“

 

주객이 전도된 듯... 내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 사정조로 되어있었다.

 

“조금만 더 있습시다... 부탁합니다... 사돈은 나를 안지 얼마 안되겠지만

난 그 전부터 사돈을 봤습니다. 제 작년과 작년에도 잠깐씩...옥상에 올라가

있는 것도 보고 스쳐 지나기도 하고...ㅎㅎㅎ 난 기억하는데 사돈은 기억을

못하더군요.“

 

몰랐다. 그가 이 동네에 전부터 왔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별다를 것도 없었겠지만...

사돈의 혀가 처음 말할 때보다 꼬여있었다. 묻지 않은 말까지 늘어놓는 것을

보아 쉬이 갈 것 같지 않았다. 슬슬 성가실 것 같은 마음에 불안이 밀려왔다.

작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잠시 머릿속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나는 동생에게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사돈처녀와 특별한 일도 없이 단 둘이 앉아 있기 불편하겠지, 하던 나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들어간지 10분이 지나도록 그는 일어서질 않았다.

‘내가 사돈 머리 위에 앉아 있습니다.’ 하는 듯이 꿈쩍도 안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무시하자... 무시하는데 남의 집에서

저가 얼마나 버티겠어... 사돈을 혼자 두고 응접실로 들어가서 TV를 켜고 앉았다.

드디어 사돈이 엉덩이가 본드에 붙은 양 앉아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싸 가오리!’ 쾌재를 부를 듯이 기쁜 마음을 숨기고 나는 사돈을 배웅하기

위해서 응접실을 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는 나에게 한방 날리듯 기대를 저버리고 TV가 켜져 있는

응접실 쪽으로 들어가더니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아버렸다...

 

젠장할...을 속으로 삭히며 “이제 가셔야지요?”라고 물었지만

“조금만 저거 좀 봅시다. 방에 TV가 맛이 살짝 갔는지 화질이

좀 떨어집디다.“하며 눈치 없는 말을 뱉어냈다.

 

그렇게 TV에 앉아서 얼른 일어나라는 내 말에 ‘조금만요...’를 되풀이

하고 있었다. 형부를 불러서 끌어내라고 해야 하나?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가지가지 답을 찾지 못하는 고민 속에서 나는 도통 TV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나이 먹도록(?) 그런 당혹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아무도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댄 사람도 없었고 내 말에 고집껏 맞선 이도

없었다. 참 희한한 성격의 소유자를 만난것만 같은... 풀지 못할 공식의

수학문제를 만난 것 같은 어려움을 그 순간 느끼고 있던 것 같다.

낯선 타지에서 생일을 맞았다며 대놓고 궁상을 떨고 있는 사람에게

매정하게 굴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몇 번 꼬인 관계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생판 남도 아닌 어려운 사돈이었으니까, 더더욱 그랬다...

 

벌써 몇 번째 되풀이해서 보채고 있었을까... 참는 한도를 진즉에 초과한

상태에서 더는 짜증을 감출 수가 없는 목소리로 나는 입을 열었다.

 

“삼춘! 조금만이 벌써 몇 번이나 지났는 줄 아세요?! 이건 더 이상

조금......!!!...“

 

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내 입술이 사돈의 입술로 인해

저지를 당한 통에... 민혁의 뜻하지 않은 기습 키스에도 그랬지만 잠시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넋이 살짝 빠져버렸다. 그리고 놀란 가슴이 어찌나 심하게 뛰던지...

나와 여유를 두고 앉아서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있던 사돈이 날쎄게 다가와

밧줄로 묶은 듯 내 몸을 억센 두 팔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그 순간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입술이 요즘 고생 좀 하네...

왜이래...진짜...마스크를 하고 다니던지 해야지... 남자 놈들 정말 예고가

없다...)

 

민욱의 키스는 입술만 다가왔었다. 팔은 자유로웠기에 손을 날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돈의 거친 키스는 입술만 온 것이 아니라 내 몸을

꼼짝 못하도록 팔까지 꽁꽁 두르고 있었다. 그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입술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강한 힘에 눌려 몸을 빼낼 수도 없었다. 막내가 놀랄까봐 소리도

지를 수도 없었다. 궁지에 몰린 쥐의 심정이 이럴까... 두렵기까지 했다.

그의 입술을 피하기 위해 내 고개가 양쪽으로 움직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어김없이 내 입술을 찾아서 쪽쪽 빨아댔다. 그리고 굳게 닫은 내 치아를

밀고 들어오려는 그의 혀를 느껴야 했다.

 

-나도 이론은 빠삭히 남녀 성관계를 진즉에 통달했었다. (그러고 보면

공부 빼고 웬만한 것은 일찍부터 알아서 깨쳤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무렵 내게 다른 반에 한 친구가 제 오빠 것을 몰래

가져왔다며 보고 달라더니 007 작전이라도 펼치듯 요리조리

눈치까지 살폈다. 그리곤 말끝나기 무섭게 내 책상 속에 품에서 꺼낸 뭔가를

넣더니 귓속말로 “야, 이거 보려고 애들 줄 섰으니까 내일까지

가져 와야 된다. 네가 첫 번째야.“ 하는 말을 남기곤 자기반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다. ‘뭔데 유난 떨어?’ 하고 손을 책상 속에

넣고 잡히는 것을 꺼냈다. 중 싸이즈의 수첩 크기였다. 책으로

짐작하고 꺼낸 것이... 야사(야한 사진)일 줄이야... 원색의 사진이

적나라하게 여자의 치부를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책을 떨칠 뻔 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역시 그 친구다웠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외설스런 것들뿐이더니... 돌려주려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바람에 졸지에 집까지 가져갔을 때... 호기심을 못 이기고

외할머니 댁 집밖의 화장실로 들고 가서 몰래 보던 날...

나는 장소를 알맞게 잘 잡았지, 싶었다.

남성과 여성의 접촉이 리얼하게 각이 잡힌 사진들, 그게 정말 남자의 거시기가

맞는 걸까, 각목 비슷한 크기의 남성를 한입 가득 물고 있던 노랑머리의

여자와 그 행동을 따라한 것 같은 남자의 행동을 보며 속이 매스꺼워

구토증상이 일었지만...자꾸만 나는 오줌이 마려웠다.

그 후, 여고에 들어가서 한 친구가 빌려준 야설을 접한 적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선영이를 내게 맡기고 하루를 집을 비운 언니네를 지키던 날 밤...

무료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찾다가 제목 없는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내어

play를 눌렀을 때... 갑자기 누가 올까봐 두려운 마음에 10여분도 채 보지

못했었지만 어쨌든 남녀의 더럽고 추잡한 행위를 진즉 보았고 그래서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 연애는 꿈꿨지만 성관계는 결코 하지 않으리... 다짐을 했던

이유도 그런 추잡한 것을 일찍부터 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임신해서

배불러 다니는 여자들도 ‘저질’로 여겨졌다. 남자는 늑대라고 세뇌를 시켰던

내 엄마도 아빠와 그 짓을 했단 말이야? 그런 거부감에 잠시 엄마마저 꺼리게도

했었다. 반면... 그런 것들을 볼 때 보이는 내 몸의 현상들 때문에 걱정스럽기도 했다.

더런 행위에 속이 매슥거운데 자꾸만 왜 나는 오줌이 마려운 걸까...

팬티를 적시고 마는 걸까... 어쩌면 난 불결하다며 거부반응을 느꼈지만

남자에 환장한 것이 아닐까...그런 걱정들을 했었다. -

 

사돈의 갑작스런 키스에 저항하려 했지만 그의 힘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내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빳빳이 저항했던 몸이 서서히 힘이

빠지더니 자꾸만 화장실에 가고만 싶었다. 굳게 다문 입술과 치아가 서서히

열렸고...나는 그의 혀가 내 입속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도록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렸다...내가 몸에서 힘을 빼자 사돈도 억세게 나를 잡고 있던 팔에 힘을

풀었다...

저항 풀린 내 몸을 사돈이 이곳저곳으로 손을 쓸고 다녔다. 힘이 빠져 있었지만

내 머리는 죄의식에 절망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돈이다... 우리는... 그리고 성이 같아, 이러면 안된다고...

내가 이렇게 쉬운 여자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