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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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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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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이 삼촌(8)- 그 집앞


BY 솔바람소리 2008-12-02

민욱과 읍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가끔 선영이 삼촌이

몰고 다니는 흰색 더블포터와 마주칠 때가 있었다.

‘빵!’ 하는 크락션 소리에 놀라서 돌아보면 어김없이 흰색트럭

한 대가 우리 곁을 휙~하고 지나치곤 했다.

놀라서 가던 걸음을 멈춰 선 나 때문에 민욱이 지나간 트럭을

향해서 “조심해요!”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리곤 “괜찮아?

많이 놀랐지?“ 나를 챙기곤 했다.

 

나는 짧은 옷을 즐겨 입었다. 한 겨울에는 가죽 숏팬츠나

가죽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었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부츠를 즐겨 신었다.

악세사리를 좋아해서 나무로 만들어진 2층 보석 상자를 가득 채우고도

넘치는 것들을 박스에 나눠담아야 할 정도로 갖고 있었다.

모두가 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커다랗고 치렁거리는 독특힌 것들

뿐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들 눈을 피해서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살짝 바르곤 했던 화장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할 수 있어 자유롭게 바르며 그리곤 했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스트레이트나 롤 파마를 번갈아가며 머리 손질을 했다.

최대한 얼굴을 작아 보이고 싶어서 여러 디자인의

모자도 즐겨 썼다.

길거리의 스치는 사람들이 힐끔 거릴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완벽(?)하게

치장하길 좋아했다. 때론 처음 보는 여학생들이

 

“언니... 머리 좀 만져 봐도 돼요?...” 하고 물을 정도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정말 있었다...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옛날엔...)

 

때론 기분 나쁜 남자들의 더러운 시선이 내 몸에 고정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뭘 봐요?!” 대놓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민욱은 그들을 상대로 나를 대신해서 싸움도

마다치 않았다. 내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처럼 굴던 꺼벙한 민욱의

다른 면을 엿볼 수도 있었다.

언젠가 민욱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야, 옷을 좀 길게 입으면 안 될까?...”

“왜?”

“자꾸 이상한 놈들이 너를 쳐다 보는게 싫어...

너도 그런 놈들이 쳐다 보는거 싫어하잖아...“

“응, 그런 놈들이 쳐다보는 것은 싫은데 이 모습이

나한테는 제일 잘 어울려. 크게 보이려면 아주 길게

입어야 하거나 아니면 아주 짧게 입어야한단 말이야.

난 긴 옷은 걸리적 거려서 싫으니까 짧게 입는 거야.

그런 놈들 시선 때문에 내가 잘 보일 수 있는 것을 포기

하란 말이야?“

“... 아니... 그건 아닌데...”

 

(미니를 즐겨 입어 벌어진 일화들이 내게는 많다.

어느 자리건 뒷자리를 좋아하던 내가 버스의 뒤 칸에

앉았을 때 나보다 한두 살 어려보이는 불량기 다분한

녀석들이 5명도 넘게 탔는데 한 놈이 내 옆에서 노골적으로

다리만 쳐다 보길래 “이런 싸가지 없는 **가... 눈* 안돌려?”

그 말에 버스 안이 아주 시끄러워지면서... 함께 타고 있던

남동생 둘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병원서 퇴원한지 1년도

안됐을 때라 몸도 여의치 않았던 내가 눈이 뒤집혀서 싸우려던

것 때문에 동생들이 더 진땀을 빼야 했다. 그날 일이(?)

잘 마무리가 되고 큰 동생이 했던 말 “누나... 제발 그 성질

좀 어떻게 안 되겠어? 가끔 우리들이 피가 말라.”...

 

남편도 살면서 내내 내게 그랬다. 지가 사는 방법이 잘못 된

것은 생각지 못하고 ‘그 놈의 성질을~ 누가 말려. 느그 부모도

못 말리잖아!‘...

이 남자랑 살면서 내가 변한 건... 화장 1년에

한번 할까 말까한다. 옷? 대충 걸쳐지면 입는다. 악세사리? 선물받은

14금 귀걸이 하나로 1년 12달을 버틴다. 몸매? 저주를 지대로 받았다.

성질? 대체로 많이 참을 수 있게 됐지만... 한도를 초과하면...

여전히 이성을 잃는다. 하지만 한도의 용량이 전과 비교하면 무지하게

커졌다는 점. 이 부분조차 남편 때문이 아니라 목숨 같은 자식들 더는

힘들게 할 수가 없다는 모정 때문에 개선되어 진 거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결혼 전의 내 모습이 개구리였다면...

결혼 후의 나는 올챙이가 되어 버렸다... 이 부분이 나를 한동안

견딜 수 없게 만들었는데...세월 가며 나이를 먹다보니 내 못난

부분을 스스로 볼 수도, 느낄 수도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수학도 못하던 내가 분수를 알게 됐다고나 할까...사람 많이 됐다.)

 

민욱과 만나는 동안 분식이나 한식으로 식사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늘 레스토랑에서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정식을 즐겨

먹었다. 민욱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민욱은 식사 때가 되면 주변을 까뒤집고 레스토랑 간판을 찾아

헤맸다.

 

한 달에 한번 내가 병원에 들를 때면 직장을 하루 빠지고서 나의

보호자 역할을 했다. 늘 오전 첫 번째 환자로 예약을 해놔서

3시간 이상 걸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이른 시간부터 번갈아가며 타야했다.

혈액검사 때문에 늘 공복에 가야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출근시간으로

만원인 2호선 지하철 안 문 쪽으로 세워놓았다. 나를 보고 선 민욱은

두 팔로 차벽에 버티고 서서 온몸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밀쳐내며 나를 보호했다. 살도 없는 몸으로 땀까지 흘리며 버티는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에 손수건으로 닦아주면 치아를 들어내고 좋아서

웃던 형을... 나도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

좋아해야 되겠구나... 생각했다. 미안해서라도... 친구가 아니라

이성으로 봐야겠구나... 생각했다... 정말 시시때때로 생각은 많이 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민욱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목소리가 이상했다.

힘도 없고 잔뜩 세어있었다.

 

“**야... 미안해. 오늘 오후에 재미난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감기 몸살 인가봐... 꼼짝을 못하겠어서

직장도 못나갔어... 오늘 토요일이라 너랑 오래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해서 어떡하냐...“

“병원은 다녀왔어?”

“응... 어제부터 이상해서... 가서 약도 받아왔어...기분 좋다.

네가 나를 걱정하는 것 같아서...너, 나 걱정하는 거 맞지?...”

“쓸데없는 소리하고 있네. 그런 말은 생판 남끼리도 안면만 있으면 물어

볼 수 있는 말이야. 밥은 먹었어?“

“아니... 못 먹겠어. 엄마도 안계시고...”

“엄마가 뭐냐? 다 큰 사람이.”

“그래... 어머니...”

“어디 가셨는데 아줌마는?”

“누나가 애기를 낳아서 거기 가셨는데 내일 저녁에나 오시려나...”

“그럼 그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을 거야?”

“이따가 밥이라도 물 넣고 끓여서 먹던가 할게. 걱정마...”

“먹고 싶은 거 있어?”

“... 왜?...”

“내가 갈게. 사가든가, 해주든가 하러.”

“정말?!”

“내가 거짓말 하는 거 봤어? 뭘 뜸들여. 빨랑 얘기해

맘 변하기 전에.“

“떡 만두 국 먹고 싶어...**야! 정말 우리 집에 올 거야?”

“아픈 거 정말 맞어? 좀 전엔 다 죽어 가더니 지금 목소리는

쌩쌩하잖아.“

“아냐... 정말 많이 아픈데... 네가 온다는 말만으로도 하나도

안 아픈 것 같다... 믿어지지가 않아서...“

 

늘 받기만 했던 것이 미안해서 문병이라도 가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민욱의 어머니는 내게 가끔 전화를 해서 한 번씩 놀러오라고

했다. 맛난 것 해주시겠다며.

나는 그분에게도 오해를 사기 싫어서 우리는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벌써부터 말씀을 드린 터였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형의 친구로써

찾아뵙겠다고 정중하게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우리 집과 15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민욱의 집은

버스를 타고 함께 다니다가 그가 알려줘서 알고 있었다.

 

(도로변과 가깝게 있던 아이보리색 빌라. 논이 많은 벌판에

빌라 3채가 덩그러니 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남편과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그곳이 많은 발전으로 고층건물들을 비롯해서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 선 것을 보았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있던 형이

살던 건물... 그 빌라가 다른 색 옷을 입고 남아있는 것도... 보았다.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니...형?... 내 입으로 한적 없던 말...

그래서 더 미안한 말... 이제서 해...형... 미안해...정말 미안했어...

나 지금 이렇게 사는 거... 벌 받고 산다고 생각해...미안해...

 지금쯤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빠로 가정적으로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믿어... '

스친 건물 앞에 잠시 내 영혼을 내려놓고 육체만 남편 곁 차 안에 있곤 했다.)

 

민욱은 그곳을 스칠 때마다

내게 세뇌시키듯 반복해서 자기 집을 알려주곤 했다.

길 잃지 말라고 자식에게 알려주는 엄마처럼...

 

(방황으로 힘겨울 때... 그래서 엄마처럼 자상하던 민욱이

형이 생각난다... 길을 읽을 것 같은 마음에.)

 

스치기만 했을 뿐 들른 적 없던 그곳을 민욱의 문병 차원에서

처음으로 들르던 날.

슈퍼에서 떡과 만두를 사서 담은 비닐봉투 하나를 달랑 들고서

2층에 있던 출발 전에 민욱이 알려준 호수 앞에서 벨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