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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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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3월


BY 통통돼지 2009-04-01

나의 혈액형은 A형이다.

둘째 시누이는 나보고 피곤하게 사는 완벽주의자란다.

그래서인가  2월 내내 꼬이는 일들을 풀어대느라 힘든 한달을 보냈다.

주변의 경쟁자에게 쳐지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어서 밤잠까지 설치다가

'야!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줄 알아?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말고 해.

운도 따라줘야 하는거야.' 하며

격려차원으로 영화도 보여주고 산에도 데려가고 술도 한 잔 사주는 남편에게

'우이씨, 나 열받았어. 인제 일만 할꼬야. 꼬시지마~~'

선전포고 한 번 날리고는 3월 내내 열~씨미 일했다.

 

한 달이 이렇게 짧았어?

어제 저녁 늦게까지 다이어리 정리를 하면서

건조한 날씨덕에 까칠해진 얼굴 한 번 쓰다듬고는 퇴근하는데

컴컴한 도로가에 유난히 빛나는 큰 꽃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뭣이여? 벌써 목련이 핀거여?

난 일에 파묻혀서 얼굴에 뾰루지가 한창 폈는데

그 사이 봄이란 놈은 어느새 달려와서는 여기저기에 꽃들을 피워놓은거야?

아니 담벼락 옆에 저건 또 뭐여? 개나리가 벌써 지고 잎이 난거여?

나의 기억에서 3월이 송두리째 날아간 느낌을 받으며 집에 갔다.

 

성과는 좀 있었다. 목표했던 일을 마쳤고 나름 만족했다.

근데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단기기억상실증이 이런건가?

매일 지나다닌 길인데 왜 몰랐단 말인가

오늘 들어온 아컴엔 더 진한 꽃향기가 풍긴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야생화의 눈부신 사진까지 생생하다.

이 향기를 잊지 못해 돌아온 님들의 글까지 풍성해서

다 읽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부터 지어진다.

어찌나 부지런들 하신지 이른 시간부터 늦은 시간까지

글 올린 시간대도 다양하시다.

마치 친정에 온듯 편안하고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