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혈액형은 A형이다.
둘째 시누이는 나보고 피곤하게 사는 완벽주의자란다.
그래서인가 2월 내내 꼬이는 일들을 풀어대느라 힘든 한달을 보냈다.
주변의 경쟁자에게 쳐지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어서 밤잠까지 설치다가
'야!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줄 알아?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말고 해.
운도 따라줘야 하는거야.' 하며
격려차원으로 영화도 보여주고 산에도 데려가고 술도 한 잔 사주는 남편에게
'우이씨, 나 열받았어. 인제 일만 할꼬야. 꼬시지마~~'
선전포고 한 번 날리고는 3월 내내 열~씨미 일했다.
한 달이 이렇게 짧았어?
어제 저녁 늦게까지 다이어리 정리를 하면서
건조한 날씨덕에 까칠해진 얼굴 한 번 쓰다듬고는 퇴근하는데
컴컴한 도로가에 유난히 빛나는 큰 꽃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뭣이여? 벌써 목련이 핀거여?
난 일에 파묻혀서 얼굴에 뾰루지가 한창 폈는데
그 사이 봄이란 놈은 어느새 달려와서는 여기저기에 꽃들을 피워놓은거야?
아니 담벼락 옆에 저건 또 뭐여? 개나리가 벌써 지고 잎이 난거여?
나의 기억에서 3월이 송두리째 날아간 느낌을 받으며 집에 갔다.
성과는 좀 있었다. 목표했던 일을 마쳤고 나름 만족했다.
근데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단기기억상실증이 이런건가?
매일 지나다닌 길인데 왜 몰랐단 말인가
오늘 들어온 아컴엔 더 진한 꽃향기가 풍긴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야생화의 눈부신 사진까지 생생하다.
이 향기를 잊지 못해 돌아온 님들의 글까지 풍성해서
다 읽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부터 지어진다.
어찌나 부지런들 하신지 이른 시간부터 늦은 시간까지
글 올린 시간대도 다양하시다.
마치 친정에 온듯 편안하고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