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 찬바람을 맞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걷다가
매운 바람끝에 고소한 냄새가 달려들어와서 고개를 돌렸다.
우훗! 호떡이다.
자글자글 소리까지 들리니 절로 군침이 돈다.
포장을 친 호떡가게 안엔 벌써 몇명이 들어가 있다.
한참 기다려야 내 차례가 오지 싶다.
몇년 전부터 녹차호떡, 단호박호떡, 찰호떡, 땅콩호떡. 종류도 다양해졌다.
뜨거운 호떡을 한 입 깨물면
잘린 단면 사이로 달짝지근한 설탕물이 주르륵 흐르고
까딱하면 입을 데이고 국물도 옷에 묻히기 십상이다.
내 형제는 나와 남동생 둘 해서 삼남매였지만 언니뻘의 고모가 있어서
엄마는 오남매를 키우신거나 마찬가지다.
입 하나가 무서운게 뭐든 한개씩만 먹는다 쳐도 다섯개는 기본인거다.
더구나 다른 식구들은 입이 아닌가?
어른들 먼저 드리고 남은걸 나눠먹으려면 전쟁이 따로 없었다.
엄마의 방침은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것!!
그리고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 주는것!!
특히 밖에 나가 놀지 못하는 겨울엔
더욱 군것질 거리가 필요한 때다.
밀가루 반죽 밀어서 만두빚고 김치 넣어서 부침개 부치고 하다가
우리가 가게서 파는 걸 먹고 싶어하니까
호빵도 만들고 호떡도 만들고 핫케익도 굽고 핫도그도 튀기고 하셨다.
그래서 부엌엔 큰 밀가루 포대가 있었다.
다른 것보다 호떡은 안방 아래목 이불속에서 반죽이 부풀때부터
맘속은 기대감으로 같이 부풀어 올랐다.
부엌에서 만들어 지는 족족 새앙쥐마냥 방을 오가며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뜨거운줄 모르고 입에 넣기 바빴다.
웬만큼 배를 채우고 이제 물려서 더는 못먹겠다 싶을 때가 되어도
엄마는 쟁반에 한가득 되도록 더 만들어 두셨다.
그럼 그만 먹는다고 나가 떨어졌던 놈들이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 먹고
어느새 쟁반은 바닥을 보이곤 했다.
정말 맛있었는데...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기다렸다가 사볼까?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남동생도
길가다 호떡을 보면 엄마표 호떡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아저씨 저도 호떡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