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라고 연말 분위기, 성탄 분위기는 아예 있지도 않고
시내의 가로수에서 반짝이는 전구들도 화려하게 보이는게 아니라
초라해진 몸을 가리려고 애쓰는 처량함으로 느껴지니..
내 눈에 문제가 있는듯 하다.
아니 이런 눈을 갖게 된건 다~~ 남편 때문이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 항상 맞이하는 12월이건만
요즘 남편이 쫌 이상하다.
거울 보면서
"야! 나도 많이 늙었다. 이마가 머리 꼭대기 정복할려구 하네.
머리카락 힘좀 주는거 없냐?" 하길래
내가 쓰는 헤어 왁스를 줬더니 어느날은 떡칠을 해놓질 않나
"손이 더 늙나봐. 진짜 쭈글쭈글 하지 않냐?" 하길래
핸드크림을 주었는데 자기가 다 썼다고 사다 놓으란다.
"여보야, 당신 애인생겼어? 왜 안하던걸 하고 그래?"
내가 눈을 가늘게 뜨니까
"내가 회사 처음 들어갔을때
전무님이 까마득히 높아 보이고 늙어 보였었거든.
근데 지금 내 나이가 그 나이인 거야.
우리 직원이 나보면 엄청 늙었다고 느낄거 아냐.
내가 그렇게 늙었냐?"
엥???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남편하고 나는 여섯살 차이다.
처음 남편이 대쉬했을때 난 그 나이차이가 부담스러워서
한참을 도망다녔었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큰소리 뻥뻥치더니
막상 교제가 시작되니까 어린것이라고 맨날 놀렸다.
어딜 가도 꼬맹이 데리고 다니듯 손잡고 끌고 다니는 모션이어서
한번은 식당엘 갔는데 주인이 깜짝 놀라는 거다.
멀리 유리창으로 보이는 모습에 애를 데리고 오는줄 알았는데
덩치 큰 처녀여서 놀랐단다. 이게 무슨 소리여??
같이 술을 먹는 자리가 생기면
자기가 대학생 됐을때 난 국민학교 갓 졸업한 애였다고
근데 이렇게 대작을 한다고 까불지 말란다.
이씨. 그러길래 누가 사귀자 했냐구..손해본 사람이 누군데?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남편에 따라 나이대가 달라지는 나는 뭐냐구.
그렇게 어린애 취급할땐 언제고 이제 자기만 늙었다고 난리다.
아니, 같이 나이 먹어가면서 뭘 그걸 갖고 그러나?
그렇다고 나한테 어리다 예쁘다 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뭐.
같은 40대면 됐지 뭘 더 바래.
몇년 지나서 50대 되면 그땐 어떡하려구? 수술이라도 받을라구?
내년 되어도 같은 4학년에 반만 바뀌는데 뭐.
그냥 내가 같은 반 해줄게.
짝궁이 그 정도도 못해주겠어?
나 봐봐.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잖여?
이 넘치는 살은 어떻고.
자꾸 징징 거리면 까먹은 내 여섯살 배상청구 할꼬야.
나이 먹어 생긴 주름이고 찬밥 먹어 쌓인 살이라구?
오히려 처가집에 하자 청구 해야하는데 안하는 거라구?
야!! 당신 진짜 죽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