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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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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아들인데..


BY 통통돼지 2008-12-12

학원에 갔던 아이가 11시가 거의 되서야 집에 왔다.

수업 끝내고 학원에서 출발한다고 문자는 왔기에

밥을 먹기엔 늦은 시간이라 간단한 요기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관의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나고

"다녀왔습니다!!"

나름 의젓한 목소리가 들렸다.

잽싸게 식탁에 음식을 차려주고 몇마디 얘기도 나누고

다 먹고난 그릇을 설겆이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그새 아이랑 남편이 투닥거리고 있었다.

"너 아빠한테 인사안해?"

"들어오면서 했어요"

"언제?"

"현관에서 큰소리로 했어요."

"아빤 못들었어"

"TV 소리가 너무 크니까 그러죠. 그건 제가 높여놓은거 아니잖아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내가 나선다.

"아빤 크게 안하면 안들리신대.

그리구 당연히 방문 열고 인사해야지.

할머니께는 그렇게 했잖아?"

"할머니 방은 현관에서 머니까 안들리지만 아빤 가깝잖아요."

"가까워도 어른께는 직접 가서 인사 해야 하는거야.

엄만 네가 인사하는거 들었어. 그래도 실은 니가 주방에 와서 인사해야 하는거야.

잘 알고 잘 하면서 뭘 그래?"

공부하라며 아들을 제 방에 들여보내니 툴툴거리며 책상앞에 앉는다.

등을 손으로 쓸어주고 뒤에서 안아주고 머리에 입맞추고 나왔다.

이젠 방에 있는 큰아들(?)을 달래러 간다.

"여보야, 당신도 TV 쫌만 줄여요. 내가 밖에서 불러도 모르잖아?

아들이 인사 안해서 그리 서운했어요?

그러면서 당신은 어머님께 왜 그런대요?

당신도 방에 가서 인사해야지.

아빠가 돼가지구 자기는 안하면서 아들한테 시키면 그 말이 씨가 멕히나?

암말 안하시는 우리 어머님은 맘도 넓으시네~~

난 늙어서 저놈이 당신같이 하면 가만 안둔다."

슬쩍 눈을 흘기면서 쳐다보니

TV에 눈을 고정한채 모른척 하고 있다.

 

당신은 내 남편이기만,  애 아빠이기만 한게 아니잖아요.

안방에 힘든몸 뉘어 주무시는 어머님 아들이거든.

당신 낳아 기르고 여지껏 뒤치닥거리 하시느라 바짝 여위신 분이거든.

나한테 큰아들 노릇하지 말고 어머님 아들이나 잘 하셔요.

아들은 엄마탐이 많다는데 당신은 어째 그러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