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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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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하게..


BY 통통돼지 2008-12-04

닭도리탕 아니지. 닭볶음탕 이라던데?

암튼 어제 저녁 메뉴다.

김장하기 전에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안을 홀딱 뒤집었었다.

정리할거 하고 남은거 넣고 먼저 먹어야 할 것을 분류했다.

그 먼저 먹어야 할 것에 들어 있는 닭.

그래서 집에 널린 감자를 듬뿍 넣고

양파, 당근과 파, 마늘 양념에 보너스루다 당면까지 넣어서

얼큰한 향이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나는 닭에도 떡볶이에도 카레를 넣는다.

생선을 튀길때도 카레 가루를 묻힌다.

카레 가루를  넣으면 독특한 향도 나면서 아이도 좋아한다.

퇴근하던 낭군에게서 전화가 왔길래

메뉴를 말해주었더니 현관 들어서는 남편 손에 청하 2병이 달랑거렸다.

으이구. 누가 술 좋아하는거 모를까봐 모든 반찬을 안주화 하는구만.

그런데 어제는 나도 한 잔 생각이 나던 터라

반가운 미소를 띄었더니 남편이 눈치를 채고 큰소리 쳤다.

"내가 잘 사왔지? 역시 낭군 밖에 없지?"

어머님은 내가 퇴근하기 전에 벌써 주무시고

아이는 학원에서 오기 전이라

둘이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청하를 금방 비워 버렸다.

역시 꾼이다. 안주는 얼마 줄지도 않았다.

먹은거까진 좋았는데 너무 급하게 먹었나보다.

두어잔 먹었는데도 술기운이 확 올라와 어찔했다.

시계를 보니 10시 반도 안됐다.

아이가 올때까지 잠깐 누워있어야지 생각에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하고는 볼에 뽀뽀 한 번 해주고 남편 팔을 끌어다가 팔베게를 하고 누웠다.

한손을 남편의 가슴에 얹고 눈을 감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 가슴을 어루만졌나보다.

내 손목을 꽉 잡더니 이마를 톡 때렸다.

"잠이나 자라!!"

아니, 누가 뭐라나? 웃기셔!!

"왜? 가슴에 금박 둘렀어? 만지지도 못하게해.

근육도 하나 없으면서. 치사 빤~~스다."

기가 막혔다.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대?

잠이 확 깼다.

다시 누우라는 남편을 두고  거실에 나와 앉았다.

학원갔던 아이가 들어오길래

"공부 잘 했어? 힘들텐데 얼른 씻고 밥먹어" 하며

발갛게 얼어버린 귀를 손으로 감싸고 볼에 뽀뽀를 했더니

아이가 고개를 획 돌리며 손등으로 볼을 쓱 닦았다.

아니, 둘이 짰나. 진짜 치사한 부자지간이네.

이놈아. 엄마가 아들한테 뽀뽀 한 번 못하냐?

남편이나 아들이나

나한테 먼저 아는 척이라도 해봐. 죽~었어.

"엄마 잘래. 닭도리탕 해놨으니까 니가 챙겨먹어."

"닭볶음탕 이에요."

어쭈? 그래 너 잘났다. 방에 들어와 버렸다.

침대에 누우니  남편이 팔을 베라고 내민다.

흥!! 됐네요. 팩 돌아누워 이불을 끌어다 덮었다.

아이가 방문을 빼꼼히 여는 소리가 나더니 제 아빠랑 소근거린다.

"엄마 왜 그래요?"

"몰~라"

 

워메나! 그럼 나 혼자 원맨쇼 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