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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김장 다 했어요~~


BY 통통돼지 2008-12-01

추석 쇠자마자 항상 고춧가루를 사던 곳에 연락해놓고

한달 전에 절임배추를 주문해 놓았고

지난주에 젓국도 달이고 걸러서 맑은 젓국물을 들통에 준비해놨다.

그리곤 금요일에 나머지 모든 재료를 사다 놓고

토요일 오전에 절임 배추를 받아 베란다에 쌓아두고는

무, 미나리, 갓, 쪽파등 재료를 손질하느라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 되자 본격적인 김장은 시작을 안하고도

내 몸이 소금에 절여진듯 목덜미부터 손목까지 알싸하게 아팠다.

하긴 무 열두단에 미나리 갓 쪽파가 각각 대여섯단씩 되는걸

혼자 다듬고 씻고 했으니 팔이 저릴만도 하다.

잠들기 전에 마지막코스. 큰 들통으로 한가득 찹쌀죽을 끓여놓았다.

배추까지 절여서 했으면 어쩔뻔 했나.

절임 배추로 하기 전에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아득하다.

불과 몇년전 일인데.

사는 곳이 아파트고 베란다는 시아버님이 좋아하시는 화분으로 꽉 차서

오육십포기 되는걸 딱히 절일곳이 없는지라

욕조를 광나게 닦고 거기다 절였었다.

김장 양은  백포기로 늘었지만 배추 절이는 것만 안해도

황송 감사할 따름이다.

 

드디어 일요일.

어머님도 약해지셨고 김장의 양도 늘고

(시누이네 것까지 우리가 해서 택배로 보낸다)

어머님과 나 단둘이 하기엔 벅차서 도우미 아주머니를 불렀다.

이 아주머니와 인연 맺은것이 4년정도 되었다.

손이 빠르고 쾌활하시고 재미난 입담까지 곁들여 일하다보면

힘든 일을 힘든줄 모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커다란 다라이로 가득찬 무를 아주머니가 썰기 시작하고

난 가스에 돼지고기를 앉혔다.

김장에 빠질수 없는 보쌈이다.

물이 끓으면 된장 한수저 넣고

고기와 생강 마늘 녹차 커피 양파까지 넣고 삶는다.

아주머니는 우리집 칼이 무딘것까지 다 알아서 당신이 쓰는 칼을 챙겨 오셨다.

오호!! 무를 써는 모습이 환상이다.

썰어놓은 각종 재료에 젓국 찹쌀죽 고추가루 마늘 생강 생새우까지모두 넣고

채반에 건져놓았던 배추를 옮겨다가 속을 넣어 통에 담기 시작했다.

어머님은 시누이네 보낼것을 먼저 챙기신다.  쳇.

그리고 나서 오래 두고 먹을것부터 차례로 담으셨다.

어머님이 이렇게 저렇게 시키시는 대로

난 담고 옮기고 넣고 바빴다.

언제 끝내나 한숨이 절로 나오게 쌓여있던 배추가 줄어갈수록

김치냉장고 안은 김치통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른들 말씀처럼 정말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보다 더 많은가?

김치통이 모자라 베란다에 두었던 허드레 통까지 가져다 꽉꽉 채웠다.

나머지는 굴을 넣고 겉절이 식으로 무쳤다.

김치 담는 사이 알맞게 익은 고기를 썰어서

마지막 버무린 김치를 곁들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이가 탄성을 지른다.

아!! 엄마, 바로 이 맛이에요!!

김장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거의 한 달동안 기다린 맛이라나 뭐라나

시누이네 보낼 김치 정리하고 아주머니 싸드릴거 포장하고 보니

고추가루 범벅이 된 그릇들은 아주머니가 벌써 씻어 놓았다. 

"얘야, 나 씻으러 들어간다"

샤워하러 가시는 어머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거실과 주방을  닦고 그릇들을 정리 해놓고 마무리 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아직 안됬다. 이정도면 양호하다.

다시 한번 베란다에 나가 보았다.

바닥에도 김치통이 있고 김치냉장고를 열어 보아도 있고

우하하!!!

많든 적든 허리가 아프든 안아프든 어찌됐든

김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