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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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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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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나가면


BY 통통돼지 2008-11-19

노오란 비가 내린다.

휘~익. 바람이 지나가기만 하면 그 뒤를 따라 잎들이 날린다.

나의 마지막도 저리 아름다울수 있을까?

저 잎들을 보듯 나의 뒷모습을 세상이 바라봐 줄까?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그냥 가기가 아쉬운지 소리내어 구른다.

차도에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이 더 큰 소리일텐데

왜 내겐 낙엽구르는 소리만 들리는 걸까 이상도 하다.

옆의 나무는 벌써 옷을 다 벗었다. 어느새..

항상 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나의 가을도 이렇게 간다.

다른 이들은 벌써 겨울이라고 야단들인데 전에 없던 가을을 타는가 보다.

며칠째 계속된 나의 병을 남편이 이제 알아챈것 같다.

아니 아직은 모르고 왜 한숨이야? 이러기만 한다.

그냥 모르는게 낫다.

딴엔 위로해준다고 이런얘기 저런얘기 말 붙이기 시작하고

아이에게 엄마 힘들게 하지마라 엄포도 놓는데

그게 더 귀찮다.

지난 일요일엔 아이 방 가구배치를 새로 하느라 바삐 보냈다.

묵은 먼지 빡빡 닦아내고 버릴것 과감히 버리고

책상, 장농, 책꽂이 위치를 확 바꿨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시작해서

바쁘다는 핑게로 점심은 일요일에 먹는다는 짜***로 해치우고

빨리 끝났는데도 무거운거 들고 옮기고 해서 팔에 힘이 없다고 저녁도 대강 먹었다.

좁아보이고 낯설기는 한데 아이가 맘에들어 해서 그나마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 감정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았을걸

네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었으니까 이제 공부만 하면 된다고

안해도 될 일침을 박으며 기어코 아이를 책상앞에 앉혀놓았다.

그 후엔 다림질이며 주방정리며 남은 집안일을 끝내고

일찌감치 방에 누웠는데 나갔던 남편이 들어왔다.

밥을 먹었는지만 확인하고 일어나지도 않았더니

혼자 가구 옮기게 해서 화난줄 알고 술 한잔 사준다고 나가잔다.

힘들어요. 그냥 잘래요. 예쁘게나 답하지.

됐어. 한마디 툭 던지고 돌아누우니 누군들 화났다 생각하지 않겠나?

썰렁해진 방안 공기가 느껴지면서 미안해졌다.

 

여보야, 당신한테 화난거 아니야.

그냥 복에 겨운 아줌마가 정신없는 투정 한거야.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당신이 받아 주는거 아니까 그러는 거야.

최근에 눈물 흘릴 만큼 힘든 일이 없어서 고여 있던 눈물이 덧났나봐.

반짝이던 잎들, 그 많은 잎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높디 높던 하늘이 푹~ 가라앉고 나면

매서운 찬바람에 숨이 턱 막혀 낙엽향기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그렇게 그렇게

가을이 지나가면 괜찮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