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화가 치민다.
청각에 장애 있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웬 TV를 그렇게 크게 틀어 놓으셨는지
애 공부는 생각이나 하시는 건지
불은 또 방에 드레스룸에 화장실까지 켜 놓으시고
살짝 문틈으로 들려다보니 세상에... 주무신다.
목젖 아래까지 울컥 치솟는다.
애가 기침하는데 소홀히 여기고 두꺼운 이불 덮히지 않는다고
계모 취급하실땐 언제고
현관 밖에까지 TV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집중을 하고 공부를 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애는 자기 방에 없고 내 방 침대에 엎드려 만화삼매경이다.
열이 확 난다.
" 너 방이 저게 뭐야. 중학교 2학년이나 되가지고 방 정리 하나 못하니?
옷이며 책이며 가방이며 한덩어리가 되서 물건 하나나 찿겠어?
니가 애벌레야? 맨날 허물벗고 다니게.
엄마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그냥 그러고 있을래?
빨리 가서 안치워?"
빽 소리를 질렀다. 엄한 애한테 화풀이 다 한다.
며칠째 계속되는 내 병이다.
눈이 뻑뻑하고 어깨가 한짐이다.
머릿속이 하루종일 복잡하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자꾸 신경질만 난다.
일이 안되는 것도 화나고
어련히 알아서 할텐데 어머님이 옆에서 이러구 저러구 얘기 하시는 것도 짜증나고
별일없이 늦게 오는 남편도 보기싫고
계속 말대꾸하는 애도 밉다.
기껏 반찬 만들어 놨는데 밥 안먹는 식구도 맘에 안들고
잠깐 방에 앉았는데 밥 달라는 식구도 야속다.
아니 밥을 안 준것도 아니고 먹으랄때 좀 먹지
내가 없으면 있는 밥도 못먹나 내가 아직도 밥순이일 뿐인가
또 확 치민다.
도대체 집안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신문지 한장조차 내가 찿아줘야 한다니
아예 찿아볼 생각들을 하지 않는다.
탁자위의 휴지 하나 조차 내가 치워야 없어진다.
물론 청소 빨래 밥하는거 주부 일인거 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아침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와서 뭘 더 어쩌라구
눈에 보이는거 간단한거 좀 해주면 안되나?
내가 콕 집어 말해야 아나?
무조건 엄마! 얘야! 여보! 그저 불러제낀다.
우선 급한거 부터 해결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주말엔 그동안 미뤄놨던 일하느라 내 시간은 없다.
한 두번 가던 등산도 안간지 오래됐다.
평일보다 일요일이 할게 더 많아 잠깐 쉴시간도 없는데 무슨 호강으로 등산?
서럽다.
에이 모르겠다.
다음 일요일은 무조건 아침 일찍 혼자 찜질방에 갈거다.
등산을 갈랬더니 이 둔한 몸으로 남편없이 혼자는 겁이 난다.
그래서 찜질방이다. 누가 같이 가자고 하기만해봐 . 작살낼껴.
청소를 하든 먼지 구덩이에서 뒹굴든
밥을 해먹든 사 먹든 난 모른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겠다.
목에 뭔가 한덩어리 걸려서 숨도 잘 못쉬겠고 입맛도 하나 없다.
처음엔 핑게김에 다이어트나 하지 하고 웃어넘겼는데
살빠지기 전에 화병에 죽을거 같다.
근데 뭔가 찝찝하다. 뭐가 있는데...
아이씨. 이달 말에 김장하려면 이번 일요일에 젓국 달여야잖아?
뭐야 이거. 또 뒷골이 땡긴다.
이런 상태로 김장까지 가면 그땐 폭발할거 같은데
꽉 막힌채 방법이 없다.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