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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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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1


BY 도토리 2008-11-07

 

 

늦은 저녁 모인 6인방의 수다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다.

한 쪽 방에서는 그녀의 아이들이 학예회 연습을 막간으로 

방구들 꺼지는지도 모르고 깔깔거리며 놀고 있다.

매일 이어져있는 학원 스케줄에 제 나이도 잊은체 놀이에 목마른 아이들은

 잠잘시간이 다 되어 간신히 모인 이 짧은 연습시간이 너무도 아쉽고 소중한 거다.

식탁에 모여 앉아  있는 엄마들은 살림의 고수로 보이는

이 집 안주인의 인테리어 감각과 

그녀가 내 놓은 직접 담은 매실차에 열을 올리며  칭친을 아끼지 않더니만 ,

이젠 어디서나 그렇듯 같은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의 갈증을 풀어내듯

저마다 유명한 학원이나 그룹과외에 대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어느 모임이든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을 정하고 있다.

그저그런 엄마도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이럴땐 많은 질문과 관심을 받게되기도 하고,

각 모임에 우선순위로 대표엄마로 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그 엄마는 그아이의 엄마일뿐 그녀 자신은 없다.

 물론 나도 이곳에선 내아이의 엄마일뿐이다

또한 잘나가는남편,소위 돈 잘버는 직업을 가진 남편을 가진 아내와,

이 동네에서 제법 비싸다는 넓은 평수에 사는 엄마들도 상위 계급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순간엔 내 아이와 남편의 지갑두께가 나의 계급을 정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상,중,하 어디쯤 일까..

순간 이런 주판을 굴리고 있는 내가 속물처럼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결혼전 먼저 결혼한 언니들로 부터 들은 ' 강남 엄마들은 이렇데더라..."

초등학교를 보내면 이런데더라,

학원비가 얼마가 들고 피아노는 기본 이고

바이올린이랑 동요도 따로 배워야 한다더라..

선생님은 뭘 좋아한다더라...

나와 상관 없는 일로만 여겼던 일들이 이제와 보니 모두 사실이였다는것과

 또 이속에서 나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허탈했다.

그저 그 무리에서 선두 가 아니면 입 꼭다물고 중간이라도 가는듯

가만히 앚아 있는게 상책이었다.

얼마전 맘마미아를 보며 울다 웃다 했다.

나도 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꿋꿋하게 행복하게 아름다운 삶을 살수 있을까?

물론 시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중요함은 다 같은 것이고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인데 말이다..

오늘 당장, 하루라도 않하면 큰일날것 같은 영어학원도 끊고

  지겨워하는피아노도 끊고

 수학공부니 독서니 본인이 원하는 데로 편하게 모두  놓아버릴수 있을까?

언제부터 내 인생에서 아이들 사교육이 이렇게 전부가 되어버린 걸까?

우리 6인방 모두

 아이들의 참 여유로운 삶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누구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각자 궁금한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바쁜 탓에.

친구와 재밌게 노는 법도 모르고

화해하는 법도 모르는  이아이들에게 우린 무엇을 바라고 있는걸까?

헤어지는 에레베이터 안에서 우린 다음 모임을 위해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아이들은 아마도  학예회가  매 월 있기를 기도할지도 모르겠다.